<좌석 없슴>

 

 

 

 

 

 

 

 

나는 딸이 아무데나 제멋대로 벗어 놓는 신발을

침대 밑이나 소파 밑, 또는 식탁 밑에서 찾아내서 딸의 방에 있는 신발 주머니에 집어넣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내 신발 못 봤어요?"
"네 방의 신발 주머니 안을 봤니?"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꼬박꼬박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내가 그걸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요?"

 

 

 

 

우리 아들이 보험회사 대리인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어린 딸에게 그가 새 직장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해 준 일이 있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손녀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 아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느님께 최근에 일어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봐 주십사고 기도하고는 끝으로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보험료를 다 냈기를 빕니다."

 

 

 

 

어느 날 저녁 약혼녀 조 앤과 함께 로렌조 라마스가 출연한
텔레비전 쇼를 보고 있는데 약혼녀가 "정말 섹시한 남자야!" 하고 말했다.
나는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대꾸했다.
"과연 그렇군. 그러나 저 사람에게서 그 잘생긴 얼굴, 튼튼한 몸, 긴 머리,

그리고 그 모든 돈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겠소?"
그러자 조 앤은 즉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되겠네요!"

 

 

 

 

교황의 필리핀 방문을 취재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는데 10살짜리 손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환호하며 깃발을 흔들어대는 열광적인 수만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유리 방탄차 속의 교황의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아이가 내게 물었다.
"저게 누구예요, 할아버지? 복권이라도 당첨된 모양이죠?"

 

 

 

 

휴가철이 다가옴에 따라 가외의 돈이 필요해진 나는 기꺼이 원고청탁을 받아들였다.
그날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그 원고료 수입이 휴가비용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 원고는 밤시간과 주말에 작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두 주일 동안은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해두었다.
"그 잡지 원고는 무엇에 관한 글인가요?"
일곱 살짜리 딸아이가 물었다.
좀 겸연쩍어하면서 나는 털어놓았다.
"좋은 아버지에 대한 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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