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노인이라고 하는 독특한 개념이 있다.
학술적으로나 법적으로 노인을 정의(定義)하거나 규정해 놓은 것은 없다.
국어사전에서는 노인을 '나이 든 사람' 또는 '늙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통념상의 노인은 경로(敬老)와 부양(扶養)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1950년대 인구학에서 국제적으로 각 국가의 고령화 정도를 비교하는 지표를 산출할 때 당시의 상황에 맞추어
고령자의 연령기준을 65세로 하였고, 국제적으로 이것이 공통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효(孝)와 경로사상이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고령자가 아닌 노인의 기준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50~60여년 사이에 우리 국민의 건강상태는 급격하게 향상되어 평균 기대수명도 80세에 이르렀고
건강수명도 70세를 상회하게 되었다.
고령자의 기준을 65세로 정할 당시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60세가 채 되지 않았다.
보건학 전문가들은 현재의 건강수준으로 볼 때 과거와 비교하려면 현재 나이에서 약 15~20년을 빼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현재의 70세는 과거의 50~55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65세가 되면 노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인생의 뒤안길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령자들은 위축되고 소외되며 사회에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간다.
고령자 스스로도 아직 건강하여 사회에 기여할 여력이 남아 있는데도 생의 끝자락에 가 있는 불행한 연령대로 인식하게 된다.
또 아직 생산적인 능력이 있어서 사회적 부양을 받을 필요가 없는 많은 사람을 복지 및 부양의 대상으로 분류하여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부양지수가 높아 미래가 암울하다는 불안을 국민에게 과장되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추계에 의하면 앞으로 노인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여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8.2%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노인이 아니라 수많은 건강한 고령자들을 포함한 고령자의 통계일 뿐이다.
그동안 학자들이 추계 발표한 부양지수도 오래전에 만든 비현실적인 공식에 의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노인 연령을 재조정하자고 하면 노인들의 복지혜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현재 65세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복지혜택이란 없다.
빈곤하고, 불우하고 그리고 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다른 연령대가 받는 것처럼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부조나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이며, 연금은 직장에서의 은퇴를 대비한 것이다.
지하철 무료승차는 경로의 의미이지 복지정책과는 관련이 없다.
노인의 연령기준을 상향조정하면 노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의 수를 줄이는 심리적인 의미가 더 크고
정부의 복지정책을 올바르게 세우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 일본은 이미 노인의 개념에서 고령자의 개념으로 바꾼 지 오래다.
노인 기준 65세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모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긴 장래를 내다보고 결정했으면 한다.(100407)시론-김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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