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아내와 뜨겁게 포옹했던 필 미켈슨(왼쪽)은“그동안 암과 싸워준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AFP연합뉴스
'꿈의 무대' 마스터스를 제패한 필 미켈슨은 경기가 끝나자 아내 에이미(Amy)부터 찾았다.
18번 홀 버디 퍼팅을 성공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풀지 않던 냉혹한 승부사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지난해 5월 유방암 판정을 받은 뒤, 처음으로 필드에 나와 자랑스러운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미켈슨의 눈에 들어왔다.
뜨겁게 포옹하며 입맞춤하는 부부를 두 딸과 막내아들이 감쌌다.
에이미는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눈물을 훔쳤다.
아내에 이어 자신의 어머니까지 지난해 7월 유방암 판정을 받자, "가족이 먼저"라며 골프대회 참가 일정을 대폭 줄였던
미켈슨이었다.
오거스타의 신(神)은 처음부터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이 부부에게 그린 재킷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들은 "마스터스 사상 가장 감동적인 우승 세러모니였다"고 전했다.
이런 미켈슨의 모습은 불륜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우즈의 그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뤘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우즈에게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미켈슨에게는 이보다 몇 배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만큼은 미켈슨이 확실한 승리자였다.
이날 우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던 "미켈슨이 가장 유력한 라이벌일 것"이라는 '유언'이 기억났을지도 모른다.
우즈는 복귀와 함께 우승을 하고 싶다는 욕구에 불탔지만, 결국 그린 재킷은 아버지 말대로 미켈슨에게 돌아갔다.
미켈슨은 12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그린 재킷이었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 1타 뒤진 11언더파로 4라운드를 출발한 미켈슨은 8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웨스트우드가 9번 홀 보기로 뒤처지자, 미켈슨은 12·13번 홀 연속 버디로 최경주의 추격마저 뿌리쳤다.
결국 웨스트우드에 3타 차 승리를 거둔 미켈슨의 마지막 라운드 무결점 플레이는 마스터스에서도 보기 드문
'깔끔한 마무리'로 기록됐다.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우즈에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앞으로 미켈슨의 시대가 열렸다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만큼 5개월 만에 돌아온 우즈의 경기력은 '골프 황제'다웠다.
우즈는 3·4라운드 들어 흔들린 티샷과 잦은 퍼팅 실수를 보이면서도 나흘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1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각각 이글 두 개씩을 기록했다.
여전히 차원이 달랐던 우즈의 플레이는 그의 사생활에 등을 돌렸던 팬까지 다시 불러 모으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최고의 골퍼 자리를 둘러싼 두 사람의 대결은 이번 마스터스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골프팬들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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