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 (수) 아침부터 비가 주루룩 주루룩 내린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다. 2시경 6명의 풀 멤버가 모여 현우군의 차로 미시령을 향해서 출발했다. 어느듯 차속은 내일의 비 걱정일랑 제쳐놓고 왁자지껄 하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못해 배가 출출해 온다. 인제에 들러 막국수집에서 막국수 한그릇을 하고 푸줏간에서 고기를 2근 샀다. 그런데 인제의 인심이 흉악한게 소고기 한근이 500g 이란다. 미시령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몇 명은 미시령고개로 올라가서 대간의 초입 들머리를 살펴보았다. 이곳도 등산 금지구역이라 철조망을 단단히 쳐 놓았다. 한군데 개구멍을 발견하고 민박집으로 돌아와 고기를 구우며 저녁을 먹었다. 아주머니의 반찬 솜씨와 밥 짓는 솜씨가 상당히 좋아 밥맛이 절로난다.
6/19(목) 4시에 눈을 뜨자 말자 창문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비가 올듯한 날씨는 아니다. 민박집 계곡에서는 몰랐는데 미시령 꼭대기에 올라서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새벽인데 군인들의 기동훈련이 있나보다. 군인에게 사진 한장 부탁하고 ...... 05:25분 미시령 출발.
국립공원 직원의 단속이 심해 여기서 남쪽으로 향해야 한다. 대간 마루금에 올라서니 초속 약 25m의 바람이 인제쪽에서 속초쪽으로 몰아치어 배낭을 멘 몸이 좌로 1m 정도 움찔 밀려난다. 나뭇가지들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고.....도무지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너덜이라면 지리산 노고단에서 돼지령 사이에 있는, 수박만한 돌들이 모여있는 너덜이 고작 이었다. 그런데 이곳 설악산의 너덜은 사장님 책상 만큼 큰 바위들이 무작위로 뒤엉켜 있는 것으로 바위 사이의 간격도 넓고, 전체적인 길이도 100m가 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너덜을 기상조건이 좋을 때에 통과하는 것도 어려운데, 오늘같이 25m 광풍이 부는 날에
통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짓이고 완전히 또라이 짓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왕 나선 길이고, 초장에 포기할 수 없는 것. 모두가 온 신경을 균형 잡는데 모으고 불어대는 바람에 과감히 맞섰다. 너덜지대를 두 구간 지나고 1318고지에 도착한 것이 07:56분.
서서히 설악산의 바위들이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계도 좋아 멀리 동해가 보인다. 황철봉 도착이 08:11분. 이 지역은 철저하게 등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라 황철봉 이라고 확신하기가 어렵다.
어렵게 어렵게 너덜지대 3개를 통과했다. 저항령을 지나자 이번에는 내리막 너덜이 나타난다.
대규모 너덜로는 4번째 이다. 바람은 여전히 불어대고....
완전히 무념 무상의 경지로 겨우 전원이 너덜을 통과했다. 그러나 너무 기력을 소진했는지 조그만 너덜에서 한 대원이 발을 잘못 디뎌 1.5m 높이에서 거꾸로 내려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뺨, 이마, 손가락에 경미한 부상만 입어 천만 다행이다. 지난 17차 산행시 "3Kg 친구" 라고 불리운 대원은 그동안 체력 보강을위해서 인삼 액기스를 먹었다고 자랑이다.
그리고 귀에 꽂은 MP3 에서 "Hotel California" 가 나오자 이를 따라하며 춤을 추는 바람에
별명이 "3Kg 친구"에서 "California"로 바뀌었고 대간길은 한바탕 웃음 꽃이 피었다.
1326봉 주위의 적색 너덜을 밟고 10여분을 가자 마등령정상에 도착했다.
1320m. 12:07분. 마등령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한 것이 13:13분. 설악산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공룡능선으로.... 공룡능선이란 5.1Km에 달하는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능선이 마치 공룡( 내 손자의 실력을 빌리면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르스" )의 등과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우리들은 곧 공룡능선의 비경에 빠져들어 연신 카메라의 샷타를 누르기 바빴다.
나한봉의 거대한 자태가 지나갔고 연이어 나타나는 비경들.... 우리는 어느 산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치에 황홀해 하며, 역시 설악산 이로구나 하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공룡능선 길은 10년 전에 비하면 길도 넓혀놓았고 돌을 많이 깔아 걷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으나,
공룡의 등을 타듯 오르락 내리락이 많아 오전에 너덜길에서 진을뺀 대원들로서는 또다시 체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홍삼액기스를 먹고 왔다고 오전에는 춤을추던 California 도 점점 얼굴빛이 변하고 계속 꼴찌를 유지한다.
길은 희운각 산장쪽으로 올라갈 수록 오르락 내리락의 심도가 강해진다.
유일한 위안은 점점 줄어드는 Km 수치.
드디어 희운각 산장에 도착, 17:30분.
황철봉의 너들길과 공룡능선을 12시간 05분에 주파를 했다.
오늘의 주행거리가 15.8Km 라고 어줍잖게 생각했던 대원들은 오늘 혼이 좀 났다.
10년전에 이 희운각 산장에서 "칼잠"을 자본 경험이 있는지라 오늘 투숙객이 20명이 체 안된다기에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6/20(금) 오늘은 여유가 있어 05시에 기상했다. 한계령까지 10.8Km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들 느긋하다. 햇반을 조리해서 가지고 왔지만 더운 물을 끓일 수가 없어 간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중청 산장에 가서 라면을 사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05:47분에 소청을 향해서 출발했다. 소청까지는 도상거리 1.3Km 이지만 표고차 510m를 올라차야 하기 때문에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일반적으로는 2시간 소요되는데 우리 대원들은 1시간 반만인 07:17분에 소청에 도착했다.
소청에는 봉정암쪽에서 올라오는 아줌마 부대들이 많다.
중청대피소에서 냄비와 가스 렌지를 빌려 라면 6개를 끓이고 햇반을 먹으니 훌륭한 요기가 되었다.
배낭은 대피소에 놔두고 대청봉으로 올랐다.
1708m의 대청봉 표지석에서 사진을 찌고 다시 중청산장으로....
중청산장에서 한계령으로 09:47분에 출발. 이제 남은 거리는 7.7Km. 서북주능선 길은 끝청봉까지는 그런대로 걷기가 편하지만 끝청봉을 지나면서 조금씩 설악산길 같은 맛이 살아났다. "California"의 주행이 점차 느려지고 힘들어 하길래 그의 짐을 선두의 배낭으로 옮겨 왔다.
물, 빵, 음료수, 옷등 3.5Kg 은 착실히 되겠다. 귀때기청봉을 1.6Km 남겨둔 지점에서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차 세워둔 곳에 오자 깜짝 놀랐다. 현우군의 차 뒷문 유리창이 너덜너덜 하지 않는가. 자세히 보니 휴게소 앞에 주차해 놓았다고 유리 창문을 박살내놓은게 아닌가. 속초로 간 우리는 목욕후 중앙시장의 횟집에서 자연산 "전복치"라는 회를 6마리 시키고 오징어회 2만원 어치를 보태니 6명이 실컷 먹을수 있었다. 배도 부르고 술도 거나해서 귀경길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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