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토)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동절기 산행금지기간( ~12/15)을 피하고 백두대간을 시작하다. 

이번구간은 대관령~진고개,  진고개에서 일박하고 구룡령까지 49Km 이다.  

이틀간 49Km라 짧은 거리라 생각하고 평소에 다들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지않고 가볍게 출발하는 것 같다.  

   

동서울 터미날에 모인 건각들, 충언,교윤,웅길,철우, 정예의 4인방 이다. 

 

겨울 산행이다 보니 옷들이 많고 배낭들이 무거워졌다.   버스는 횡계행. 

스키장이 개장되어 여관방이 비싸다. 6만원 달란다.

 

 

 

 

횡계의 한 식당에서 황태찜을 맛보다.   이 집 맛은 C. 


 

12/23(일)    맑으나 바람이 몹씨 부는날


 05:00 기상.   해장국으로 식사.   택시를 타고 대관령으로. 

대관령 휴게소는 표고 832m로, 걱정했던 기온은 영하 3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는 충분히 되겠다. 

대관령의 바람세가 보통이 아니다.

산행준비를 끝내고 출발한 것이 06:20분.  

 

고도가 완만하고 통신중계소로 가는 길이 포장이 잘되어 있어 대간길 같은 느낌이 나지않는다. 

 

근처에 국사성황당이 있다는데 어두워 찾지를 못하겠다.   

 

안테나들이 붙어있는 중계탑에 부딪치는 바람소리가 귀신집을 연상시켜 새벽길이 음산한  느낌이 든다. 

제2 중계탑을 지나자 산길로 이어져 대간 마루금에 올라선것 같다. 

 

항공무선표지소의 정문을 왼쪽으로 돌아 조금 올라가니 새봉(1,071m) 이다.

 

 

 

 

 

 

여기서는 조망이 좋아 강릉시의 불빛이 환히 보인다. 

 

일출시각은 되었지만 수평선 상공에 안개가 있어 선명한 일출은 볼 수가 없구나.  

여기서부터 대간길은 능선이 아니고 넓은 한일목장의 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대간길이 아니라 평원에 온 듯하다.


군데군데 눈이 내려서 미끄러운 곳이 있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하나 싶더니 선자령에 도착했다.  07:57분.   

 

"백두대간선자령" 이란 커다란 비석이 서있는데 마치 평야에 큰 돌이 꽂혀있는듯 하다. 

 

여기까지 5.6Km를 걸었다.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눈도 점점 많아져 발목이 푹푹 빠진다.  

 

왼편은 한일목장 부지라 임도가 여러갈래로 만들어져 있고, 언덕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슁 ~슁 ~"하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높이 90m에 달하는 거대한 주탑위에 바람개비가 돌아가며 전기를 만드는데,  선자령에서 소황병산까지 13Km에

 

걸쳐, 한 그룹에 7 ~ 8개씩 10그룹 이상, 100개가 넘을것 같은 발전소 단지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군단 


방향은 정북.  우리 일행은 발전기에 연신 샷터를 누르면서 곤신봉(1127m)으로 이동한다.   

 

곤신봉 도착이 09:00분.   왼편으로 꺽어서 북동쪽으로 가는 도중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언덕이 보인다. 

 

임도로 몇대의 일반인 차량이 보이는데, 목장측에서 이 촬영지와 동해전망대를 관광하기 위해서 개방을

 

해놓았는데 입장료는 7000원 이란다. 

 

시계 10Km가 안되어 전망대에서 동해와 오대산 등의 경치가 보이지는 않았다.  

 

눈에 가로막힌 차를 치우느라 애쓰고있는 목장직원에게 부탁해서 모처럼 4명이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동해전망대에서 매봉을 배경으로 

 

전망대 도착이 09:43분.   날씨가 추워 볼팬도 잘 써지지 않는다. 

 

바람은 계속 불고.  동해전망대를 지나 임도를 따라가다가 우측으로 능선을 조금 올라가니 매봉이다. 

매봉은 표지석도 없고 정상다운 모습도 별로 없어 지나오고 한참 후에야 그게 매봉인가 하는 정도다.  

 

이 부근의 산이나 봉우리들은 1000m에서 1100m 사이를 오락가락 하지만 전체가 펑퍼짐해서 마치 언덕 같다.  

 

 

 

                 스키 타는 사람들 인지, 등산 하는 사람들 인지?

 

얼마를 더 전진하다가 바람도 피하고 눈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점심을 먹었다. 

11:45분.    절반을 넘어선 것 같은데 날씨도 춥고 힘들게 산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지않아 많이 남았다.  

 

모두들 전반의 코스를 대간의 고속도로라고 하며 잘들 걸었다.   

 

점심을 먹자말자 추워서 다들 배낭을 지고 일어선다.



지나온 매봉(1173m)에서 앞으로 가야할 노인봉(1338m)까지는 오대산 관리공단에서 입산금지를 시켜놓은 지역이라

 

곳곳에 벌금 팻말이 붙어있어 보기에도 안좋고, 애써 붙여놓은 대간 리번들을 모두 떼어버려 길찾기도 안좋고,
 
감시원들이 순찰을 돌며 감시한다는 소문이 있어 산행을 하면서도 찜찜하다. 

방향을 서쪽으로 잡아 다시 나아가는데, 소황병산(1328m)까지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소황병산 정상이란 것도 둥그스럼한 눈언덕에 팻말만 꽂혀있어 지금까지 숲과 암벽, 숨을 헐떡이게하는 정상에 익숙한 우리들은
 
뭔가 김이 빠지는 듯하다.  

그러나 정상을 지나자 발전기도 안보이고 내리막길도 깊으며 제대로의 대간길 다와졌다.

 1280m 고지를 오르고 나서 노인봉으로 오르는데, 정상 못 미쳐 노인봉 산장이 있다. 

14:13분 도착.     
자그만 하고 무인으로 운영되며 비박하는 사람들이 이용을 하기 좋겠다.   
 
산장에는 강릉에서 올라온 두쌍의 부부가 쉬고 있었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충언군이 위스키를 한잔 권하고 안주로 교윤군이 깨떡을 주고...

 

 

 

                   노인봉 정상에서 비노인들이 바람때문에 쓸어져서는 안되지.


노인봉(1338m) 정상에는
초속 30m 가까운,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이 불어 서있지도 못하고 정상 바위에 엎어지기도 하면서

 

겨우 사진을 찍고는 내려왔다.  

시계도 좋지않아 경치도 볼 수 없었다.   

 

정상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진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길 이다.   

 

표고차 370m를 내려가는데 4Km를 가는 무난한 내리막이다. 

 

 

 

 

진고개에 도착하니 16:07분.

도상거리 25.8Km를 9시간 47분에 걸었다.  무난한 산행이다.  

진고개에는 민박집의 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그 집에서 키운 토속돼지를 푸짐하게 구워먹고는 일치감치 8시경 자리에 누웠다.    오늘의 주행거리는  25.8Km.

 

 


12/24(월)   크리스마스이브, 보름날    맑음

 

  04:00 기상.   04:30분 식사. 

 

오늘 주행거리는 23Km 밖에는 안되지만 눈이 무릎 가까이 까지 쌓여 속도를 낼 수가 없고,

 

어제 코스와는 달리 1100m에서 1400m 사이의 산들이 14번 이상, 보기에 따라서는 20번 이상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하고,

양양에서 막차를 오후 6:10분에 타야하기  때문에 한 시간 빨리 시작하기로 했다. 

밥 한공기를 다 비우는 사람은 역시 교윤군, 이 친구는 새벽에 언제 일어나도 밥 한공기는 거뜬히 비운다.

 

 

 

 


진고개에서 산행 시작한 것이 05:16분.   첫 고지는 동대산(1433m).  진고개가 970m 이니까  표고차 460m를 치고 올라야한다.  

 

눌재(380m)에서 청화산(984m)을 올라갈때 600m를 치고 올라가고난 이후 가장 높은 것 같다.  

 

동대산 등반로는 다행히 양지쪽이 되어 그나마 눈이 적다.  

 

경사도 청계산의 2배가 넘어 대원들이 힘들어한다. 

 

어제 노인봉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본 동대산의 웅장한 모습은 압권이었다.   

능선이 연결된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이 급경사로 떨어지며 계곡에는 몇개의 폭포가 얼어붙어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도착한 것이 06:35분.  

1시간 20분 걸렸다.  

 

 

                    지나온 동대산


정상을 지나자 종아리까지 눈에 빠졌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않아 발자국이 별로 없다. 
 
깊은 발자국에 정조준하여 딛지 않으면 영락없이 눈이 종아리까지 올라온다.    
 
어제 불던 바람은 자고 기온도 춥지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방향은 정북. 

1Km까지는 1400m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하다가 1200m로 떨어진다. 

얼마를 더 가니 차돌바위.  07:55분.   바위 3개가 하얀 화강암 바위로  되어있는 것이 눈에 띄고
이색적 이다.  

 

진고개에서 차돌바위까지 4.3Km를 왔다.    고도는 다시 급하게 떨어져 신선목이에서 1100m까지 떨어진다.   

 

여기서 두로봉(1421m)까지 320m를 치고 올라야 한다.  

일단 1383m 봉까지 올라간 다음 숨을 좀 고르고 다시 1421m까지. 

두로봉 도착이 10:15분.  

 

 

                        두로봉 정상 부근의 무인 대피소

  

7.5Km 밖에 못왔는데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눈이 깊어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정상에서의 전망은 좋으나 시계가 좋지않아 먼 경치는 보지 못했다.

 

 

 

 

                     두로봉 정상 


정상을 지나 내려오는데 어제 강한 바람에 발자국이 희미해지며 그만 길을 놓쳐

20분간 헛발질을 하고 겨우 길을 찾았다.    

 

대간 표시 리번을 국립공원 관리인들이 모두 떼어버려 눈발자국 만으로 길을 찾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20분간 길 아닌 눈밭에서 헤매느라 신발속으로 눈이 다 들어갔다.   

 

다시 1200m까지 내려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의논한 결과 현재까지 시간과 앞으로
남은 거리를 감안할때 양양에서 막차를 탄다는 것은 안되는 것 이고
 
양양에서 하루밤 자자는 것 이다.   

 

 

 

                  신배령에서의 절반의 안도

 

다시 걷기 시작해서 신배령에 13:14분 도착.    이제 절반은 왔다.  

절반이 넘으면 희망이 보인다.

 

 

                     눈덮인 봉우리 


1210봉을 지나 만월봉으로.   만월봉은 봉우리가 3개가 연이어 있어 3번을 오르락 내리락해야 정상에 도착한다.  

 

14:30분 도착.  

 

 

 

                      망중한을 즐기는 대원들 .   열심히 구조를 설명하는 친구.  지가 무슨 생물학자야 ?

 

 

9시간을 눈밭을 헤치며 가고있으니 대원들도 서서히 지치는가 보다.  
 

더구나 물도 부족해서 두사람이 눈을 병에 쓸어담는다.   

 

어제는 날씨도 춥고 길도 편해서 물을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도 그러리라 생각해서 물 담아오는 것에 소홀했던 것이다.   

 

만월봉을 내려와 1200m까지 떨어졌다가 서서이 경사가 높아져 1359m의 응복상으로 이어진다.    15:23분 도착.  

여기서부터는 급경사로 1050m까지 300m를 내려간다.

숨을 좀 고르고 나아가는데 앞에 큼지막하고 삐쭉한 삼각산이 떡 버티고 있지않은가. 

높이는 1261m 인데 계곡이 있는 500m 부근에서부터 정상이 있는 1261m까지 700m를 45도 각도로 양쪽 기슭이 그대로 치고 올라오니

 

완전히 피라밑 같은 삼각산이 아닌가. 

저 멀리 계곡에는 얼음에 뒤덮인 폭포가 있고...   완전히 강원도 산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오르막도 가파라 정상에 올라서니 땀이 비오듯 한다.   17:07분 도착.

 

 

 

지쳐가는 가운데 이정표의 거리가 점점 짧아져 가는 것에 또 새로운 힘이 솟는다. 

이제는 주위도 조금씩 어두워져 해드렌턴을 켜야했다.   렌턴에 반사되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  

다시 잠간 떨어졌다가 1280봉으로, 다시 150m
떨어졌다가 마지막 산인 약수산(1306m)으로.   
 
정말 글쓰기조차 지칠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을 많이 하고 약수산을 내려온다. 

그런데  내려오는 경사가 만만찮다.   
 

어떤 사람은 약수산에서 돌을 굴리면 구룡령까지 한없이 굴러갈 것 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구룡령에 도착하니 정각 20:00분.  

 

14시간 45분을 눈밭에서 싸우다 이틀간의 장정을 마무리하고 마침 도착한 택시에 몸을 실었다.   

 

기사 한테 들으니 심야우등 버스가 있단다.

그렇다면 서울로 가는게 당근이지. 

 

목욕, 저녁식사, 버스안에서의 단잠....  

 

오늘의 주행거리는 22.1Km.

 

 

 

 

시골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낭만이 아닐 수 없지.

아직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나


암! 기다리고 말고.   기다리는한 희망은 있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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