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금)

긴 동면과 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백두대간의 기지개를 켰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때 구룡령까지 갔다오고 5개월 만에 가는 것이라 쉬기도  많이 쉬었다. 
눈녹고, 산불방지기간 빼고, 뭐하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다.   
그동안 백두대간에 대한 관심도 많이 낮아졌는데 우리는 분연히 일어섰다.

참가 멤버는 충언, 교윤, 현우, 웅길, 철우, 상옥.    모처럼 풀 멤버다.
23일 오후 4시에 웅길군의 집에 모여 출발했는데, 몸상태들이 많이 망가졌다.   
한사람은 일년만에 참가하고, 한사람은 체중을 3 Kg 이나 불려 가지고 나왔다.   
반면에 웅길군과 현우군은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지구력과 무릎 관절을 많이 다듬어 가지고 왔다.

이번 산행코스는 구룡령에서 설악산 한계령까지, 46.4Km 이다.
이 구간에는 유명한 점봉산(1424m), 갈전곡봉(1204m) 등을 위시해서 1000m급 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46.4Km를 이틀간에 해치울 작정이다.   

특히 이번 코스는 국립공원 중에서도 입산금지 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속 북으로 상행하던 산행을 바꾸어

감시가 심한 한계령을 새벽에 통과해서 남진 하기로 했다.
따라서 오늘 저녁은 잘먹어야 한다고 가는길에 횡성에서 한우 고기를 사가기로 했다.   

횡성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9시가 되어서야 한계령 필례약수 근처에 군량상회 라는   민박집에 여장을 풀 수가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준비한 불에 한우 고기를 덤북 구워 모두 허기진 배를 채웠다.   

    맥주에 소주에 한우에, 모두들 잘 먹는다.

 

 


    5/24 (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4시 기상, 4:30분 식사.

 

 

 

 

 

 

 

 

 

 

 

 

 

 

   한계령 휴게소에 차를 정차시키고 복장을 다시 손보고 있는데 상가 안내원의 말이, 요즘은  국립공원 측의

  단속이 심해서 단목령에서도 감시를 한다고 한다.   

  찝찝한 기분이지만 그것도 정보라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05:20분 한계령 출발.   필례약수로 가는 길 부근에서 등산 초입 들머리를 찾는데 꾀나  어려웠다.  

  도로 절개지 양편으로 높은 철조망을 쳐 놓았는데 그 철조망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 절개지 위로 올라가니

  감시초소도 있고 등산로가 보였다.  

 

 

 

 

  발아래로는 구비구비 한계령의 도로와 만물상이 보이고 건너편은 설악산의 준령들이 보여 가히 절경의 극치라

  할 수 있겠다.  

 

 

 

 

 

 

 

  

  한모퉁이 한모퉁이 돌아 올라가니 곧 암릉 지역에  당도했는데 암릉의 난이도는 속리산 문장대 북쪽의 암릉에

  비해 쉬운편인 것 같다.
  줄을 당기고, 오르고 내리고,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는 동작들을 해보니 5개월의 쉼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부드럽지 못하다.

 

 

 

 

   날씨는 맑고 선선해서 등산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지만 연한 운무가 끼어있어 설악산 대청봉은 보이나

  동해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금지구역 이라 이정표가 하나도 없어 지금 어느 지점을 지나가고 있는지는  고도표와 지도,

  고도계로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산 정상들에는 이름도  써 붙여놓지도 않고 고도표시도 전혀없어 앞에 보이는 산이

  망대암산(1236m) 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올라가보니 점봉산(1424m)이 아닌가.   09:23분 도착.

 

 

 

 

     점봉산 정상 부근에서 북으로 바라본 경치     왼편 높은산은 가리봉산(1421m)



    반갑기도 하지만 선두가 산이름을 착각하고 올라갔다는게 영 벌레 씹은 맛이다.   

    대간을 시작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점봉산은 철쭉과 진달래, 주목들로 덮여있고 전체가 후덕한 맛을 띄고 있는 좋은 산 이다.  

    철쭉은 예쁜 핑크빛을 띄고 있는데 아주 기품있고 보기 좋았다.
   

 

 

 

 정상에는 제대로 된 표지석이 있고 주위에는 산악회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20여명 있다.  

 맞은편의 설악산이 귓대기청봉부터 대청봉까지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표지석 옆에는 비로소 이정표가 있는데 한계령에서 지나온 거리가 9.0Km,

 단목령까지가  6.2Km 라고 표시되어 있다. 

 

 

  

  점봉산을 지나자 500m 마다 이정표가 나타나 조침령까지   이어져있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훨씬 기를

  돋우어 준다.   

  새벽 4시반에 아침을 먹어서 10시가되자 배가 고파 온다.   10:20분에 점심.
  점봉산 정상에서 하산길은 3Km 이고 급경사도 없이 무난하게 갈 수가 있고 961m 봉우리를  지나

  2.5Km를 가니 단목령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단목령에 감시원이 없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그래도 선두는 먼저 정찰을 해보고서야

  모두들 모였다.
  단목령 도착이 12:35분.    이제 남은 길은 9.9Km.

 

 

 

 

    절반을 넘자 모두들 기력이 나는데 체중을 3Kg 늘려가지고 온 친구는 힘이 들어 허벅다리에  쥐가 날려고

   한다고 해서 즉석에서 침을 맞았다.    비상 의료품에 침이 있다고?   대단하다.
   북암령 도착이 13:50분.   그 이후의 길은 어려움없는 전형적인 오르락 내리락의 대간길 이다.  

   오늘의 목적지 조침령에 도착한 시각이 17:00분.   25.1Km를 모두 11시간 40분에  걸었다.  

   사진을 찍는 사이 민박집 아주머니가 차로 마중을 왔다.  

 

 

 

 

  이 아주머니는 남편과 같이 히말라야까지 갔다온 전문 산악인 이다.  
  이곳에서 황토 벽돌집을 지어놓고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한계령 -------> 점봉산 -------> 단목령 -------> 조침령
                  9.0Km           6.2Km           9.9Km
                                                                  합계: 25.1Km

 

 


     5/25 (일)

   4시 기상.  방이 따뜻해 몸이 많이 풀렸다.   4:30분 식사.
   모두들 오늘의 행군을 생각해서 그런지 밥 한공기는 비운다.   
   오늘의 주행거리는 구룡령까지 21.3Km.   아주머니가 차로 시작 들머리까지 태워
준다.    

   05 :32분 출발.   날씨는 맑고 화창하며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등산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아침이슬이 차갑게 바지로 스며든다. 

   공기는 한없이 맑아 심호흡을 할 때마다 가슴 가득    산의 정기를 받아 들이니 상쾌함 바로 그 자체다.   

   거미줄이 계속 얼굴을 간질인다.

 

 

 

 

 

 

 

 

 선두는 묏돼지 퇴치를 위해서 스틱에 초롱 요령을 달았다. 

"쨍그랑 쨍그랑" 울리는  소리가 새벽 산을 퍼져간다.  

이 지역은 묏돼지 천국이라 묏돼지들이 50평, 어떤 곳에는  100평 가까운 땅을 파뒤집어 놓은 것을 보았다.  

파놓은 구덩이에는 도토리, 밤 등의  흔적이 있어 다람쥐가 모아놓은 것을 용케도 찾아내는 묏돼지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황장산 못미쳐 작은차갓재에서 묏돼지의 정면 돌진을 받은 선두는 그후 가끔 초롱 요령을  스틱에 달아

울리고 다닌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선두의 의무는 참 많고 막중하다.
   첫째, 선두로 가며 길을 찾고 안내하며 
   둘째, 묏돼지나 뱀 등을 미리 쫓고
   셋째, 대원들의 컨디션이나 주행시간을 가름하여 쉬는 장소 주행하는 거리 등을 조절하고
   넷째, 물이 부족한 대원에게는 샘물을 길러다 주기도하고 가진 물을 나누어 주기도 하며
   다섯째, 아침이슬과 거미줄을 온몸으로 청소하는 등 그 임무가 막중하기가 이를데 없다.
 

 

 

 

 

 

 

 

 

  
이 지역도 이정표가 없어 얼마를 왔는지, 이 봉우리가 무슨 이름인지 알기가 힘들다.   

북서능선(1114m)에 도착한 것이 08:25분.   
앞에서 몇사람의 등산객이 오길레 말을 걸어 보았더니, 모 산악회에서 왔는데 50명이 흩어저 산나물을

캐고 있다나.   

조금 있으려니 앞섶에 비닐 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물을 휩쓸어 가면 이곳 주민들은 어쩌나 걱정이 된다.  

10:20분에 점심.  1068m 고지에 도착이 11:00분.   
이제 절반은 왔다.    그런데 "3Kg 친구"가 영 컨디션이 별로다.  
점심도 별로 못 먹고 배가 편치 못하단다.
따라서 주행 속도도 점점 느려진다.  주행 순서를 2번에 세웠다 3번에 세웠다 하며 힘을  내도록 독려를 한다.   

이럭저럭 왕승골 삼거리까지 왔다.  12:23분.

 

 

 

 

이제 구룡령까지 남은 거리는 7Km 남짓.  

우리 "3Kg 친구"는 이곳에서 탈출을 제의해 왔다.  

왕승골 마을까지는 1.5Km 이므로 탈출하기에는 가장 좋은 장소다.  

말에는 모두 능숙한 다른 대원들이 오르까시 내리까시를 치니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끌려온다.  

천신만고 끝에 오늘의 최고봉, 갈전곡봉(1204m)에 도착한 것이 15:00분.
구룡령까지 4.2Km를 남겨놓았다.  

그런데 이 갈전곡봉은 1000m가 넘는데 정상에 아람들이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는 것이 참 인상적 이다.

이 코스는 큰 특징은 없는데 한가지 사실로 백두대간 안내서에 올라있는 내용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이 코스에는 진드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 대원이 소변을 보고
우연히 그곳을 보았는데 기가 막히게도 
진드기 한마리가 그곳에, 가장
중요한 장소에 딱 붙어있지 않는가!  

원 세상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하필이면 그곳에...... 

배추 무당벌레 처럼 생겼고, 크기는 팥알만 하고 납작한 것이, 하늘소의 부리 처럼 생긴 부리가 양쪽으로

갈고리 처럼 살에 박혀서 아무리 뗄려고 해도 떼어지지 않는다.   

그 대원은 열심히, 10분 가까이 떼는 것을 시도 했으나 포기하고 우선 뜯어서 진드기  만 죽이고

부리는 박힌 체 그대로 하산을 했다.

 

 

 

열심히 진드기를 떼고 있는 대원 


후에 그 친구에게 들어보니 그 부인이 핀세트로 정성스럽게 떼어 주었다나?  ㅎㅎㅎ

 

이 구룡령은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면서 기(氣)를 몽땅 빼앗아 갔는지 전번에도 한 대원이 "3Kg 친구"와

똑 같은 증세로 고생한 일이 있었다.    
나머지 4.2Km 거리를 무사히 마치고 구룡령 휴게소에 오니 가두상인이 얼음 박스에
 시원한 맥주를

체워놓았네.  

아! 맥주의 시원함 이여. 
영원하라!!

 

 

 

 

 

 예약 요금에 2만원을 더주고 택시에 6명이 다 탔다.  

 기사까지 7명이 구룡령에서 한계령까지 갔다.  LPG차라 힘이 딸리는 것 같다.
 오늘의 주행거리는 21.3kM.  

 이틀간 46.4Km를 주파하고 모두들 3Kg 가까이 체중이  빠지며 씩씩하게 개선했다.   

 돌아오는 길에 인제를 지나 길옆의 막국수집의 두부와  막국수는 또 얼마나 맛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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