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토)
15:00분. 어김없이 동서울터미날에 모인 4인의 건각들. 충언,교윤,웅길,철우
이젠 여행을 떠나는 가벼운 분위기는 아니고 은근히 가라앉은, 그러면서도 잘 해내리라는 자신감도 엿보이는 분위기다.
강원도 지방이 추울 것 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옷들이 많다.
리츠 칼튼 정문. 백두대간 한 이후로 이렇게 이름이 근사한 곳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번에는 상주 부근의 "지기재 고개", "지기재 산장"을 "기저기 고개", "기저기 산장"이라고 해서 우리를 웃긴 일도 있다.
05:30분 기상. 06:00분 옆집의 남경식당에서 아침. 06:30분 택시로 백봉령(780M)으로 이동.
백봉령의 투사들
진행 방향은 서쪽. 산을 몇 구비 돌아가니 석회석 채석장이 산 하나를 완전히 깔아 뭉개고 있다.
이 지역은 "카르스트 지역"이라고 안내판이 붙어있어 마치 석회석을 채취하며 산을 깔아뭉개는 것을 변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송전 철탑들이 연이어 있어 #42번에서 #45번까지의 송전 탑을 지나고 산으로 점점 고도를 높여간다.
796고지 762고지를 거쳐 생계령에 도착한 것이 09:00분. 5.4Km를 주파.
산에는 단풍은 다지나갔고 낙옆이 길에 수북이 쌓여 걸을 때마다 "푸스럭 푸스럭"하고 낙옆 밑에 나무조각, 돌조각등이
깔려있어 미끄럽고 조심스러워, 조용히 "시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나지않는다.
자연은 어김없이 오고 가며 피었다 떨어지고 다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여기 사이클에서 벗어난 친구가 하나 있다.
11월에 발견된 새끼 독사
길이는 50cm가 채 안되고 어리버리 한게 추위를 몹씨 타는 것 같다.
11월 이시점 이면 동면을 들어가야 하는데 배가고파 사냥하러 나왔는지 모르지만 삶의 사이클을 잘못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사 새끼를 풀섶으로 치워주며 무사하기를 바라는 우리는, 60이 넘은 나이에 대간길을 죽어라고 달리는 것이
삶의 사이클을 제대로 타고있는지, 혹시나 사이클을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치 60까지의 인생 벼랑을 잘도 해쳐나왔드시.... 고도는 어느듯 높아져 908고지 헬기장에 도착했다.11:34분.
잠간 휴식후 석병산에 오른것이 13:05분. 석병산의 자태는 서쪽보다는 동쪽이 좋다.
정상에서 만난 일행 5 ~ 6명이 삽당령에서 올라 올때 산림감시원이 목을 지키고 있어 옆으로 피해 기도원 쪽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이곳 산죽은 지금까지 보아온 어느곳의 산죽보다도 잎새가 파릇파릇하고 무성하며 10여 Km 이상 되는 넓은
길은 급한 경사로 내려와 올망졸망한 봉우리 몇개를 지나고 나서 1.5Km를 가서 두리봉(1033m)에 도착했다. 14:05분.
고지는 모두 점령하고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거리는 6.0Km.
삽당령 300m 못미쳐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어 내려갔더니 바로 기도원으로 통하는 길이라
우리는 산불감시원을 피하고 무사히 국도에 내려설 수 있었다.
우리를 마중나온 팬션 여주인. 충언군과 둘이서만 무엇을 주고 받는다.
우리는 목소리가 저렇게 이쁘니 얼굴이 얼마나 이쁠까 하고 나름대로들 상상을 하고 있는데,
"다이나스티"를 몰고 안주인이 나타났다.
얼굴은 목소리보다는 못하지만 여자로서 밉지는 않다.
처음 만나는 여성에 대한 예의로 항상 인사와 칭찬을 건내는 우리의 웅길 선수, 이번에도 목소리 좋은 것과
미모의 아름다움을 두리뭉실 뭉쳐서 한 큐로 단 일분만에 조졌드니 우리 조정숙사장, "호호호 꺄르륵 꺄르륵"
사죽을 비틀며 어쩔줄을 모른다. 과연 훌륭한 솜씨다.
팬션은 뾰족한 삼각뿔 형태의 깔끔한 3층 건물이다.
우리는 이 건물에 자는 줄 알았는데 방값 3만원 짜리는 구식 스래트 지붕에 흙벽돌인 별채란다.
하루 아침에 리츠 칼튼에서 흙벽돌방 이라, 어리둥절할 뿐이다.
방안에는 밥솥과 반찬이 차려져 있는데 먹어보니 솜씨가 영 아니다.
찬도 먹을만한게 없을뿐더러 그 솜씨 하고는....
이불이 모자라 커텐을 덮고 누운 철우군을 보고 " 아이고 아이고 이제가면 언제오나"하고 곡하는 흉내를 내고있는 웅길군.
< 오늘의 주행거리 >
총 거리 : 20.0Km
11/5 (월) 맑음
04:00분. 충언군의 핸드폰에서 닭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두들 부시시 일어나 짐을 챙긴다.
교윤군과 충언군만 한그릇씩 겨우 비우고, 두명은 국물과 커피만 마신다.
삽당령은 표고 680m. 바람이 불어 약간 쌀쌀하지만 시계는 양호하다.
이번 산행은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05:09분. 삽당령 출발.
길은 서서히 높아져 862고지를 향해간다.
오늘의 예상 거리는 28Km 이고 1000m급의 이름있는 산도 5개나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
900m 급 산들은 그것 나름대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1000m급 산들은 좀더 크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862고지를 지나고 들미재를 지나면 어느 정도 몸이 풀릴 쯤 됐는데 한 사람의 컨디션이 별로다.
산죽은 여기도 많이 자라고 있어 지나가니 찬이슬에 허벅지가 다 젖는다.
석두봉 정상
구간 거리가 있는 경우에도 "2 Km"라고 성의없이 간단히 써놓았다.
강원도에는 동해 이북부터 거리에 대한 서비스가 좋지않다. 석두봉을 지나고 991고지, 975
화란봉(1069m)은 경사가 심해 한번에 오르는데 힘이든다. 09:53분 도착.
내려갈 때는 무릎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져 등반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통이 심해진다.
따라서 장거리 산행을 할때는 반드시 스틱을 2개 사용해야 한다.
닭목재에도 산림감시원이 있을 것 같아 200m 못미친데서 왼쪽으로 빠져, 임도를 통해서 고개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10:51분.
임도에서 대간길을 확인한 우리는 길옆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웅길군은 물에 말아 좀 먹었으나 철우군은 점심을 포기했다. 아무리 권해도 도무지 듣지를 않는다.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는 한 목장의 뒷문을 지나갔다.
여기서 1031고지까지는 낙옆송과 금강송이 몇Km에 걸쳐 자라고 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낙옆송은 진한 황금빛 단풍이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금강송은 쭉쭉 곧고 가지들이 수평으로 뻗어있어
그 당당한 자태는 절로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가끔 훌륭한 금강송을 한 두 그루 보아왔지만 여기처럼 수 Km에 걸쳐 집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
길안내 리번중에 "경남고 23산우회"라는 리번이 있어 반가웠다.
부산 후배들 것으로 생각되는데 피재 부근에서도 한번 보았다.
경사도 심해 한참을 숨가쁘게 올라 정상에 올라가니 송전탑이 2개가 있고, 송전탑을 세울때 만들어 놓은 도로가 있다.
15:00분 도착.
정상에서 지도를 보니 북동쪽에 멀리 떨어져 있는 높다란 산이 마지막 산인 능경봉이 아닌가.
" 저것이 능경봉 이다." 하자 나머지 3사람은 "저렇게 멀고 높은 산이 능경봉 일리가 없다. 고도는 이 고루포기산 보다 100m 정도 낮은데 저 산이 더높지 않은가." 하고 전부 반론을 제기한다. 20Km 이상을 걷고난후 피로한 상태에서의 착시현상 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방향은 점점 그곳으로 가고있는데.
심지어는 능경봉을 올라가고 있는데도 정상까지 안가고 옆으로 빠질것을 바라고 있다.
두사람의 피로는 막바지에 올라 50m를 올라가서는 쉬고 50m를 올라가서는 쉬고를 반복한다.
그러나 막상 정상(1123m)에 도착하니까 의외로 쉽다고 한다. 17:07분 도착. 12시간 38분의 강행군이 끝났다. 18:00분에 택시를 타고 18:38분에 목욕탕 도착, 19:20분에 목욕끝, 19:50분에 식사끝, 20:00시 서울행 버스탑승. 22:45분 서울 도착.
< 오늘의 주행거리 > 총 주행거리 : 47.1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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