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 목 ) 

 

내일의 이른 등반을 위해서 오늘 경북 춘양으로 내려가야 했다. 

 

6:10분 차를 타기 위해서 동서울 터미날에 모인 사람은 철우군, 웅길군, 교윤군.  3명 이다.   
 
2명이
외국 나들이로 빠지고 백두대간 출정 이래로 가장 작은 인원이 참가했다.  

9시경 춘양 도착, 여관에 짐 풀고 삼겹살집에서 식사.

 

늙수구레한 아주머니가 농담도 잘 받아주고 주거니 받거니 재미가 있다.

 

 

 

9/14(금)
 

4시 기상.   4:30분 아침.  5시 택시로 도래기재로 이동.

 

하늘엔 별이 총총.  기온도 적당하고.    금, 토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이다.   

 

한참 고개로 올라가고  있는데  택시 라이터 앞에 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뛰어가고 있지 않은가. 

 

 

  2살이 체 안된 것 같은데 라이트 불에 체면이 걸려 길옆으로 피하지도 못하고 계속 고개 위로만 달린다.    

 

  기사는 받아버릴 기센데 우리가 말렸다.   
 

  1Km 이상을 달리다 지쳐 속도가  떨어지는 사이에 우리가 피해서 위기를 모면 시켰다.

 

  5:30분 도래기재 출발.   현재 표고는 760m.     오늘 걸을 거리는 약 26Km.

 

  시작하는 부위의 경사도 급하지 않아 스타트는 순조롭다.   인원이 단출하니 행군에 부담이 적다. 

 

 

 

                           위용을 자랑하는 금강소나무


  
  40여분 가니 임도(林道) 를  만나고 언덕배기에 어른 두 아름에 가까운  금강소나무가 위용을 뽐내며 버티고 서있다.  

 

    참 그놈 잘도 자랐다.

 

    고도는 점점 높아져 1049m 고지가 눈앞이다.  

 

    고지의 정점을 지나자 표고는 950m로 떨어졌다가 구룡산(1344m)  으로 한번 치솟는다.     


    1.6Km를 가야하는데 표고차 400m.  청계산 2배 가까운 경사다.

 

    뒤따르는 친구들의 숨소리가 급하고 점점 쳐진다.  

 

 

 

 

   정상에는 춘양산악회에서 정상 표지석을 예쁘게 세워 놓았다.    07:42분.  
 

   멀리 지나온 옥돌봉,  선달산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시계가 좋다.

 

   여기서 부터는 3Km 떨어진 곰너이재까지는 계속 고도를 낮추어 간다.

 

   곰넘이재는 지도마다 이름이 여러개 있어 참 햇갈리네.    09:10분 도착.

 

   정식 지도에는 곰넘이재,  고도표에는 실두재,  현지 이정표에는 참새골입구.

 

 

 다음 고지는 신선봉.   곰넘이재에서 신선봉까지는 1.9Km 인데,  1.5Km까지는 임도 겸 방화선이 닦여져 있다. 

 

차 한대가 충분히 갈 수 있는 넓이다.

 

 

 

                                방화선 

 

신선봉 꼭대기에는 묘가 한기 있는데 후손이 잘 오지 않는지 잡초가 무성하다. 

 

 

 

        재미 있는 지명의 이정표


 

  신선봉에서 6K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 이정표의 이름이 "차돌배기"란다.   

  이걸 보니 침이 꿀꺽 넘어간다.    소고기 중에도 나는 이 차돌배기를 가장 좋아하니까.  

  오늘의 일정으로도 절반 가까이 지나고 배도 출출하다.웅길군은 철우군의 불룩한 배를 보고 " 니 배는 오돌배기다." 한다.     

 

  차돌배기 도착이 10:55분.

 

  차돌배기를 지나니 높은 구름이 점점 두터워지고 색갈도 짙어져 간다.

 

  오늘은 비가 오지말아야 하는데...     고도는 점점 높아져 1000m 대에서 1300m 대로 올라가며  태백산을 맞을 준비를 한다.      

 

  깃대기봉(1356m)을 지나고 부소봉(1546m)에 이르자 안개가 끼고 안개비가   얼굴에 차갑게 느껴진다.   

 

  바람이 점점 강하게 불어 몸이 휘청 거릴 지경 이다.       

 

  태백산이 점점 가까와 오자 안개비는 아예 비로 변하고 온 몸을 강하게 때린다.

 

 

 산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안개가 마치 활강하는 스키선수 같다.

 

 드디어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 중 맨 아래에 있는 하단에 도착했다. 14:40분.

 

  천제단 중 맨 아래에 있는 하단

 

  천제단은 개천절에 제사를 지내는 천왕단, 그 옆의 장군단, 맨 아래의 하단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천왕단에서 비바람을 피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맥주와 식혜를 차려놓고 

 

" 유세차 단기 4340년  9월 14일.  우리 17산우회 백두대간팀은 삼가 태백산 신령님께 적은 제물을 차려놓고 삼가 고하나이다.  

 

 앞으로 무사히...... " 하고 빌며 우비 입은 상태로 절을 한차례 올리고 출발했다.    

 

 음복으로는 맥주와  식혜를....  

 비만 오지 않았으면 오징어, 양굉, 찹쌀떡을 올려 놓았을 텐데...

 

 

  천왕단에서 고사를 지내다.

 

  이제는 화방재까지 6.4Km를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우의속도 축축하고 추워서 의견들이 여관에 가지말고 태백시의 찜질방에서 찜질도하고 자자는 것으로 통일을 보았다.   

 

 16:40분 화방재 도착.   11시간 20분 걸었다. 

 태백으로 가는 택시 속에서 태풍이 온다는둥,  비는
요일까지 온다는둥,  내일은 60 ~ 120mm의 비가 온다는둥 안좋은 소리만  기사가 해댄다.  

 

 철우군과 웅길군은 묻고 또 묻고 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오늘의 주행거리 

 

도래기재------>구룡산----->곰넘이재------>신선봉------>깃대배기봉--

             5.54Km        3.0Km              1.9Km              5.1Km       

 

 

    ------>태백산------->유일사------->화방재

4.0Km               4.0Km               2.4Km                      **합계 :  25.94Km                    

 

 

 

9/15(토)

 

찜질방이 따뜻하니까 그런대로 잠을 좀 잔 것 같다.   4시에 어김없이 기상.

 

둘은 일어나자 마자 밖의 빗소리에 기가 질리는 것 같다.

 

비는 제법 많이 내린다.   

 

 

 찜질방에서의 고역스런 새벽 식사 

 

아침으로 뚝불고기를 시켰는데 둘은 하루종일 비맞고 걸을 일이 꿈만 같아서 밥이 넘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많이 먹어야 걸을 수 있다고 수차 권했지만  반공기도 못 먹는다.  

역시 교윤군은 어김없이
밥 한공기를 다 비웠다.  먹성 만큼은 남한테 뒤지지 않지.

 

 

 비를 맞으며 장구를 챙기는 대원들
 

인솔 대장 교윤군은 택시를 부르는등 출발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밀어부친다.

 

둘은 말은 안하지만 캄캄한 밤에 우의를 입고 화방재행 택시를 타는 것이 죽을 맛인 모양이다. 

화방재에 내린 우리는 등산 초입을 못 찾아 10분간을 해맸다.  

 

겨우 집사이로 난  초입을 발견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5:38분.

 

처음 맞는 수리봉(1214m)은 표고차 250m,  미끄러운데 경사도 만만찮다.

 

뒤따르는 두사람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 같다.    제발 오늘 잘 걸어 주어야 할텐데....

비는 마음 간절하다.   
수리봉을 지나자 고도가 서서히 올라가서 1309m까지 올라갔다가 만항재에서 한번 주춤 떨어졌다.  

 

 만항재 휴개소
 

 만항재 휴개소 처마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쉬며 우의깃을 여몄다.   

 

우리는 다시 함백산(1573m)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30분쯤 올라가서 함백산 정상을 500m쯤 남겨두었을 때 나는(교윤군) 홀로 되었다.    9:00분.   

왜 홀로 되었냐고?     좌우지간 그렇게 되었다. 

 

 이제는 나혼자니까 산행기를 일인칭으로 써야겠다.    

 

나는 힘차게, 전보다 더 힘차게 함백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통나무와 돌로 된 계단은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발걸음에 맞추어 호흡을 크게하며 내 주법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지리산 종주 때 개발한 주법 이다.    10분쯤 올라가니 정상에 도착했다.  

 

 

 

 

 함백산 정상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사진을 찍는데 서 있지를 못하겠다.    사진 한장 찍고 바로 다음 산인 중함백으로 줄달음 쳤다.  

 

  목적지인 피재까지는 약 15Km.    내가 시간과의 싸움, 정확히는 나와의 싸움을 벌리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얼마나 대간의 한 구간을 혼자서 달려보고 싶었든가.    마침내 챤스가 온 것 이다.   

  어제 26Km를 했지만 갑자기 힘이 쏟는다. 
중함백을 지나 은대봉으로,  3.0Km 거리.  

  은대봉에서 두문동재( 일명 싸리재 )
까지 0.6Km.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정확히 11:00.    

  6.1Km를 2시간 만에 주파
했다.    시간당 3Km씩.     

 

  두문동재에서 20분간 점심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금대봉에서 비단봉까지 3.5Km.  

 

 

 

 

추전역이 보이고 왼쪽 구름 덮인 산이 지나온 태백산 이다. 


 

 진행하는 방향에서 남쪽으로 추전역 ( 국내에서 제일 높은 역, 표고 855m )이 보인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시계도 넓어 졌다.   
우의를 집어넣으니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추전역을 보니 지난 겨울, 눈 하나 없는 눈구경을 온 기억이
난다.

 

 

 

 

한아름이 훨씬 넘는 주목이 외과수술을 받고 시멘트를 켜안고 있다.   수령이 몇 백년이 될까?

 

 비단봉에서 매봉산까지 1.9Km.    매봉산에서 목적지인 피재까지가 2.2Km.

 

드디어 피재에 도착하니 14:20분.   

 

 

 

 

 함백산 0.5Km 못 미친 곳에서 피재까지 정확하게 15.0Km 를 점심시간 20분 포함해서 5시간 20분 만에 주파를 했다.
 

시간당 3.0Km씩 5시간을 걸었다.    이게 내 성적표다.

 

코스는 1200m ~ 1572m까지 사이에 이름있는 산이 6개 오르락 내리락 한다. 

 

쉬운코스는 아니다.   내 심장과 폐는 24살 짜리와 같단다.  운동부하로 의사가 확인한 것이다. 

왼발만 평발이 아니었으면 조금은 더 걷기가 낫지 않겠나
생각된다.     

발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제 26Km를 안하고 오늘 바로 15Km를 했더라면 20분은 줄여  점심시간  포함해서 5시간 이내로

 

들어올 수 있었을텐데.....  

 

서울행 버스속에서 계획된 일정 46.4Km를 마쳤다는 것에 만족하며 잠을 청해본다.

 

** 오늘의 주행거리 

 화방재------>만항재------>함백산------>중함백------>은대봉------

          4.5Km             2.47Km          2.0Km            3.0Km

 

----->두문동재------->금대봉------->비단봉------>매봉산------>피재

0.6Km              1.3Km              3.5Km             1.9Km            2.2Km 

 

              ** 합계 :  21.5Km 

              ** 총 주행거리 :  46.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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