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다 태풍이다 해서 차일 피일 미루어 진 것이 2개월.

2개월만에 백두대간을 시작하려니 주위의 관심도 좀 멀어진 것 같고 우리들

몸상태도 오래 쉬어서 어떨지 몰라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긴장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 계획 코스는 소백산의 죽령에서 시작해서 태백산을 넘어 화방재까지

무려 75Km , 이 거리를 3일 만에 주파를 해야하는데 아무리 노노족(No 老族)인 우리들로써도

도전에 긴장이 안될 수가 없다.   더욱이 이 염천 땡볕에...

 

 8/17일 새벽에 시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8/16일 오후 5시에 동서울 터미날에 모여 풍기행

 뻐스를 탔다.   언제나 처럼 소풍가는 아이들 심정으로..

 죽령 휴게소 2층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는데 닭요리라고 내놓는데 맛이 별로다. 

그래도 내일을 생각해서 꾸역꾸역 먹자니 별로 달가운 노릇이 아니다.

 우리 입은 이미 5개 도(道)를 돌아다니며 닳고 닳은 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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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금요일)

 

 갈길이 멀어 4시에 기상해서 4시 반에 아침을 먹었다.

나 같은 백수는 8시 기상해서 아침을 먹는데 4시반 아침이라, 이 무슨 미친 짓인가. 

반찬이라도 맛갈스러우면 몰라도 두부찌갠지 된장찌갠지 도무지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안먹으면 오늘 걷지를 못하는데.....

 비비고, 말고, 억지로 밥 한공기는 비웠다.   현우군은 반공기만 먹었다.

이만큼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예의 그 이론대로.

 

 

 

 

맛없는 반찬이라 새벽에 먹는게 고역이다.  인상이 절로 찌그러진다.  

 

 5시 9분, 해드 랜턴을 켜고 죽령을 출발하여 시멘트길로 천문 관측소로 향했다.  

대간길에 시멘트 포장길 이라니, 그것도 장장 6.5Km나 이어진다. 

 시멘트길을 천천히 올라오니 몸에 부담이 덜하고 차차 산행에 적응이 되어

가는 듯 했다. 

 

 

 

 천문 관측소로 올라가는 시멘트길.   새벽 안개가 풍치있다.

 

 

 

소백산 운해.   멀리 지난번 지나온 도솔봉이 보인다.


맑은 흰 운해 사이로 떠있는 산들,  과연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천문 관측소를 지나자 정상적인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연화봉에서 바라본 천문 관측소

 

지난번 산행때 묏돼지한테 혼이난 선두 교윤군은 지팡이에 방울을 달고왔다.

걸을 때마다 "땡그랑 땡그랑" 하는 것이 듣기도 좋고 , 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야생 동물을 �는 효과도 있고, 뒤따르는 2번 주자가 간격을 가름할 수도 있어

여러 목적으로 편리하다.

 제1연화봉(1394m)을 지나자(8:18분 통과) 완연히 고산지대로 접어든 느낌

이다.    키큰 나무는 자취를 감추고 낮은 잡목과 철쭉나무, 여러 야생화들이

공존하고 있다.   표고 1300m ~ 1440m 인 소백산에 큰 나무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설악산에도 1600m 부근에 큰나무들이 있는데 소백산은 유별나다.

 

 

 

주목 군락지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순탄한 길로 이어져 있고 좌측에는 주목 군락이

있어 정취가 한결 돋보인다.    비로봉(1439m)에서는 공사가 진행중 이어서

헬기가 연신 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9;32분에 도착하여 때아닌 곳에서 헬기

바람을 처음 맞아보았다.  

 

 

 

 영화나 TV에서나 보아왔던 헬기 바람을 가까이에서

맞아보니 모래며 먼지가 날리는게 장난이 아니다.

 

 

 

비로봉에서.   옆에는 공사중.

 

 국망봉(1420m)으로 향하는 길에도 큰 나무가 없어 완전히 햇�에 노출되어

얼굴과 팔뚝이 벌겋게 탄다.  

 

 

 

 최고 능선인데도 바람이 없어 바위 그늘을 발견하고는 일행들이 꼼짝을 않는다.   

갈길이 먼데 선두만 애가 탄다.

 야! 좀 가자.

 

 

 

 

길옆 바위 그늘에서 퍼져버린 대원들

 

 

 국망봉을 11:18분에 지나고 상월봉으로 가는데 갈림길에서 대간 리번을 잘못 달아놓는

바람에 20분 정도 헛걸음을 쳤다. 

점심을 먹고 늦은맥이고개에 도착한 것이 13:32분.  죽령에서 출발한 이후

16.7Km를 걸었다.   소요시간은 8시간 20분.  비로봉 올라올때 조금 불던 바람은 자고

땡�만 내려 쪼인다.  땀은 그야말로 비오듯 쏟아져 마신 물보다 더
나는 것  같다.  

30분 마다 수건을 짜면 땀이 한컵씩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절반을 넘어서 8Km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힘이 쏟구친다.    

늦은맥이고개에서 마당치까지 오는 6.5Km는 큰 기복이 없이 순탄한

길이 계속되어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  

 마당치에서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1032m 고지를 돌파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고치령에

도착한 것이 17:10분.    12시간의 사투를 끝냈다.

 

 

 

포즈를 취해도 꼭 요상한것 옆에만 서네

 

 그런데 고치령에 도착하자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선두를 내려오는 교윤군

에게 묘령의 여인이 화사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게 아닌가.   

 멋쟁이 캡모자,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쫄티셔츠,  새카만 쫄바지에

연한 선그라스,  이 대간길 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 아닌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바라보니 유하나씨(이무웅군의 부인) 였다.

뒤를 보니 무웅군이 얼음 막걸리 통을 들고 웃고 있고...

정말 뜻밖에 반가운 친구 부부를 만난 우리는 한 덩어리가 되어 산이 떠나가라고 웃고

떠들었다.  

 

 


이어서 식당으로 옮긴 일행은 술잔을 기울이며 반가운 건배.   

 

 고치령 산신각에 놀러왔던 65 ~ 66살 되어 보이는 노인이( 아차! 우리도 벌써

노인 인가?  항상 노노족 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   " 어디서 옵니까? " 하고

묻길레  " 죽령에서 옵니다." 고 대답을 했드니 죽령에서 걸어서 여기까지

오느냐고 놀라서 기겁을 한다.  자기와 나이차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등산을 하다니 하고 놀라는 것 같다.

오늘의 주행거리를 24.8Km로 알고 시작을 했는데 중간 중간의 이정표를 계산

해보니 

 

 죽령-------> 비로봉--------> 늦은맥이--------->마당치------>고치령

        11.5Km              5.2Km                   6.5Km                 2.8Km 

 

정확하게 26Km가 아닌가.   멀기도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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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8(토요일)

 

 오늘도 4시 기상.   4시반 식사.

주행거리도 고치령에서 도래기재까지 26Km 라 어제 이상 힘들 것 같다.

더구나 어제 26Km를 한 후라 오늘 잘 풀릴지 안될지 걱정이 앞선다.

 할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구미를 당긴다.   짜지도 않고 돼지고기도 듬뿍

넣고해서 맛이 그만이다.     밥 한그릇을 확 비우고 나니 힘이 솟는다.

 

 5시 정각 고치령 출발.   죽으나 사나 걷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뒤따르는 일행들의 컨디션을 점검해보니 쉬고, 가고, 속도를 높이고, 줄이고

하는 것에 호흡이 맞아져 잘 풀리는 쪽 이다.   다행이다.

 오늘의 어려운 곳은 헬기장(1096m),  선달산(1236m),  옥돌봉(1241m) 등이다.

그 중에서도 선달산은 표고차 500m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제일 힘들 것 같다

 

800 ~ 900m의 고만고만한 산들을 넘고넘어 헬기장에 도착한 것이 7:20분.

여기서 부터는 춘양목의 나무 무리들이 조금씩 보인다.

춘양목은 경북 춘양에서 생산되는 나무로서 문경 황장산의 황장목과 더불어

옛부터 한국의 대표 나무로 이름을 날렸다.

 춘양목지대를 지나자 마구령에 도착했다.   8:23분.  8.0Km를 걸어왔다.

 

 

 

한사람은 쉬는 시간마다 졸고...

 

마구령 고개에는 차한대가 정거해 있다.   아마도 대간꾼이 타고온 차 같다.

여기서 간식을 먹고 약간 휴식을 취했다.

다시 행군을 시작하여 1057m 고지를 지나 900m 까지 표고가 떨어지다가,

갈곶산(966m)으로 치솟다가 750m 까지 떨어지니 늦은목이고개에 도착.

12:05분.   선달산을 앞두고 점심을 먹었다.

 

 

 

50m 떨어진 곳에 샘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 물도 보충하고 씻기도하고

일부는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도하고....      요즘 비가 자주오니 군데군데

물보충하기가 쉬워 좋다.   

 

 

 

다 벗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지만... 

 

여기까지가 13.9Km.   절반을 온 샘이다.     한시간 전부터 안개가 끼더니

출발할 시점에 비가내리기 시작한다.   부랴부랴 우의를 입고 선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의를 입고 표고차 500m를 오르려니 대원들이 힘들어한다.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일부대원은 아예 우의를 벗고 간다.

선달산 (1236m) 정상까지 1.8Km를 올라가는데 표고차 500m,  시간은 꼬밖

1시간 40분이 걸렸다.     청계산 매봉이 옛골에서 3Km, 표고차 480m 인 것으로 비교해

보면 경사도는 
2배 가까이 되고 시간도 2배 가까이 걸렸다.

 

 

 

  선달산에서 표고차 100m로 떨어졌다가 다시 1246m 고지로 치솟은후 박달령까지

5Km를 완만하게 경사가 떨어진다.   박달령에 도착한 것이 16:40분,

지금까지 주행한 거리는 20.7Km.   남은 거리는 5.8Km.

 

 

 

박달령에는 정자도 있고 표지석도 있다.   어제부터 간간이 마주친 대학생이

정자에서 텐트를 치고 비박 준비를 하고있다.   비박하는데 소요되는 짐 무게가

물 5Kg을 포함해서 25Kg 이란다.    공급받는 식량까지 포함한 것이니까

2박 3일 비박을 예상하면 18Kg ~ 20Kg 정도면 되겠다.

방학 동안에 지리산에서 여기까지 26일째 산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수색대 출신이라 체력도 좋겠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 같다.

나도 저 나이라면 해 보고싶은 생각이 난다.

학생과 작별하고 우리는 마지막 고지인 옥돌봉(1242m)으로 향했다.

옥돌봉이 가까와 올 수록 계단을 만든 돌에 옥돌이 자주 눈에 띈다.

옥돌은 고사하고 이 산이 100m만 낮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원들은 마지막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도착했다.   18:25분.

 

 

 

온 몸은 땀 투성이,  바지 가랭이는 흙투성이.   거지가 따로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우리의 몰골을 상상이나 하겠나.

 

다시 숨을 좀 가다듬고 도래기재까지 2.7Km를 내려가기 시작 했다.

하산길은 급경사도 없고 순탄하게 내려갈 수 있어 45분 만에 도래기재에 도착했다.   

19:10분.    장장 14시간 10분의 산행을 마감했다.

 

 

 

도래기재에 도착한 대원들 .   체중이 3 ~ 6 Kg씩 빠진 초췌한 모습들이다.   수고들 많이 했다.  

오늘의 정확한 주행거리는 

 

고치령-------->마구령--------->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

          8.0Km                 5.9Km                     1.8Km              5.0Km 

 

 

   -------->옥돌봉---------->도래기재

    3.1Km                 2.7Km 

 

  모두 26.5Km 이다.    지금까지 지리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코스중에 가장 긴  코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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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9 ( 일요일)

 

  아침 4시에 기상을 하니 창밖에 빗소리가 제법 세게 들려왔다.

어제 오락가락 하든 비구름이 기어이 새벽부터 비를 뿌려댄다.

비소리를 듣자 한 대원이 " 비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하며 "12냥 인생"을

노래한다.   빗소리를 들으면 출발하기에는 마음이 약해진다.

길을 가다가 비를 맞는 것 하고는 근본이 다르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그러면 포기하고 돌아가자." 였다.  

차편을 알아보니 7:40분에 동서울 가는 버스가 있다.   산행 준비에서 귀경 준비

로 부산하다.    3일간 75Km를 작정하고 왔다가 2일간 52.5Km를 끝내고 돌아가기가 아쉽지만
 
산이 어디 가나?  다음 기회를 노리고 돌아갈 밖에.....  
 

서울행 버스를 타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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