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사랑을 나누다 

                            김민정

 



글을 쓴다는 건 늘 내게 숙제다.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단어와 만난다.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는 건 어렵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라고 했지

나는 매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그 길을 걷고 있다.

 

어느 날 멈춰 보니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주어와 동사, 그리고 명사, 형용사들은

서로 앞에 서겠다고 토닥거린다.

나는 그들을 안정시키고 차례를 정해준다.

 

고요해진 싸움쟁이들은

말쑥한 꽃망울이 되었다.

지난 밤 천둥치던 순간에도

나는 밤새도록 단어와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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