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소
                 李相潤 

 

 



땡볕 속에서 쟁기를 끄는 소의 불알이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다 
아버지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신지 
자꾸만 쟁기를 당겨 
그 무게를 어깨로 떠받치곤 하셨다 
금세 주저앉을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아버지의 
말씀 없이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소 
감나무 잎이 새파란 밭둑에 앉아서 
나는 소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버지는 
동네 앞을 흐르는 거랑 물에 소를 세우시고 
먼저 소의 몸을 찬찬히 씻겨준 뒤 
당신의 몸도 씻으셨다 
나는 내가 아버지가 된 뒤에도 한참동안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으나 
파킨슨씨병으로 몸의 근육이란 근육이 
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단단해져서 
거동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몸을 씻겨드리면서야 
겨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걸어오시는 동안 
아버지의 소처럼 
나의 소가 되신 아버지 
아버지가 끄는 쟁기는 늘 무거웠지만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위해서 
백합처럼 흰 내 어깨를 내어드린 적이 없다 
입술까지 굳어버린 아버지가 겨우 눈시울을 열고 
나를 바라보신다 
별이 빛나는, 
그 사막의 밤처럼 깊고 아득한 길로 
아직도 무죄한 소 한 마리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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