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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