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하인드]한국 바리톤들에겐 ‘단골 우승곡’이 있다?


콩쿠르에도 단골 우승곡이 있을까. 
적어도 남성 중저음 성악가인 바리톤에게는 그런 것 같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이 결선에서 부른 노래가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의 오페라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였다. 
공교롭게도 이 곡은 바리톤 김기훈이 2021년 영국 BBC 카디프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불렀던 노래이기도 했다. 
당시 1차 무대에서 김기훈이 이 곡을 부르자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 성악가들에게는 우승을 부르는 노래인 셈이다.

 

 

<4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열린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 김태한(왼쪽)이 결과 발표 뒤 성악가 조수미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코른골트는 일곱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하고 11세에는 발레 음악 ‘눈사람’을 작곡한 음악 신동이다. 
이 때문에 어릴 적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모차르트에 비견되기도 했다. 
이 아리아가 담겨 있는 오페라 ‘죽음의 도시’ 역시 작곡가가 23세에 발표한 출세작이다. 
당시 독일 오페라극장들이 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앞다퉈 뛰어드는 바람에,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같은 날 동시 초연한 진기록도 있다. 
유대인인 코른골트는 나치 집권 이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했다. 
1937년과 1939년 두 차례 아카데미상을 받아서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선구자’로 불린다.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

 


이 아리아는 “독일 후기낭만주의 오페라의 전통을 잇는 신비롭고 운치 있는 선율에 사랑과 회한 등 다채로운 감정을 담고 있어서 바리톤의 음악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로 꼽힌다. 
다만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국내에서 볼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내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한국 초연할 예정이다. 
최근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자주 접하는 고전만이 아니라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으로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한다”면서 이 작품을 실례로 꼽았다. 
이 오페라의 다른 배역은 몰라도 바리톤만큼은 김태한과 김기훈까지 강력한 후보가 둘이나 존재하는 셈이다.(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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