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너도나도 160km… 팔에 무리, 부상도 급증


‘꿈의 구속’ 투구 수 4년새 3배

 


‘꿈의 구속(球速)’이라 불리는 시속 100마일(160.9km) 광속구는 이제 미 프로야구(MLB)에선 흔해빠진 현상이다. 

한국에선 40여 년 프로야구 역사상 딱 한 번 나왔지만 미국은 지난해에만 3356번 나왔다. 
2019년 1056번에서 4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시즌엔 더 많아지는 중이다. 
지난달 MLB에서 등판한 투수 중 100마일 이상을 한 번이라도 던진 수는 27명. 
이젠 변화구가 100마일 이상 나오는 투수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선수들 체격이 커지고 근육을 키우는 훈련법이 체계화되면서 힘이 늘어난 덕분이다. 
구속을 증가시키는 신체 관리 기법도 갈수록 발전한다. 과학이 광속구를 보편화시킨 근본 요인인 셈이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인간의 몸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다. 
타고난 신체적 능력(강한 어깨와 팔)을 갖춘 선수라면 수시로 100마일을 뿌려도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금방 탈이 난다. 
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조사해보니 지난해 MLB 부상자 명단에 오른 투수는 총 427명. 
구단들은 이들이 부상으로 빠져 활용할 수 없는데도 계약한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탓에 4억8600만달러(약 6402억원)를 손해 봤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지난달 말 기준 부상자 명단에 오른 투수는 173명. 이들이 부상 기간 받은 돈은 약 1억달러(약 1317억원), 하루 310만달러(약 40억8000만원)꼴이었다. 
이달 초 기준 연봉이 가장 비싼 투수 7명 중 오타니 쇼헤이(28·LA에인절스)와 게릿 콜(33·뉴욕 양키스) 말고는 4명은 부상, 1명은 징계 상태로 빠져 있었다. 
이는 늘어난 구속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빠른 공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팔과 어깨에 부담이 커지고 결국 고장이 난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팀마다 이들 강속구 투수들 부상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들 등판 간격과 투구 수 등을 더 엄격히 조절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선발 투수는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게 대세였는데, 지금은 5~6일을 쉰다. 경기당 투구 수도 100개 전후로 제한한다. 
120개 이상 공을 던진 경우는 지난해 6월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게릿 콜은 반드시 5일 휴식 후 등판하고 경기당 92~109개 투구 수를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속구(패스트볼) 구사율도 점점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처음 50% 이하로 떨어졌고(48.5%), 올 시즌 지난달까지는 46.9%로 더 줄었다. 
스포츠 의학계에선 “모든 공을 전력투구하지 말고 타자와 상황에 맞게 구속에 변화를 줘야 무리가 안 간다”고 조언한다.(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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