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英국왕 대관식, 대폭 간소해진다


70년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때 절반 이하로 이동거리 줄어들어

 

초청 인원은 4분의 1로 줄이고, 이동 거리는 절반 이하로 짧아진다. 
식민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도산(産) 다이아몬드는 드러내지 않는다. 
다음 달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찰스 3세의 대관식 계획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과 무엇이 같고 다를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왕실은 지난 10일 찰스 3세의 대관식에 관한 대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미 국왕에 즉위했지만, 최고위 성직자가 왕관을 왕의 머리에 얹어주는 공식 예식인 대관식은 다음 달에야 열린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고령(高齡)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간소화됐다. 
선왕이자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대관식을 한 나이는 27세였는데, 찰스 3세의 나이는 올해 75세로 훨씬 많다. 
마차 행렬의 거리나 행사 시간, 초청 인원 등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차, 왕관, 각종 성물(聖物) 등이 갖춘 화려함은 예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전 세계인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영국 매체들은 예상했다. 
TV로 처음 생중계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약 2500만명이 시청했다. 
이번 대관식은 처음으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대관식이 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30분경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를 태운 마차가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향해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행렬은 버킹엄궁에서 시내로 1km가량 뻗은 큰길 ‘더 몰(The Mall)’을 지나 트래펄가 광장, 화이트홀(정부 청사),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2.1km의 길에서 약 30분간 펼쳐진다. 
1953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행렬은 템스강 변을 따라가면서 이보다 약간 긴 2.6km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3세는 이 행렬에서 1831년부터 왕실의 주요 행사마다 사용해 온 유서 깊은 황금 마차(Golden State Coach)가 아닌, 최신식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Diamond Jubilee State Coach)’를 탄다. 
선대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 2014년 공개된 것으로 냉난방, 전동 창문, 고급 세단에 들어가는 최신 서스펜션 등이 갖춰져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은 오전 11시 시작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은 11시 15분에 시작했다. 
20~30대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은 무려 3시간에 걸친 긴 대관식을 소화했지만, 이번 대관식은 이보다는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관식 초청 인원은 2000여 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의 8000여 명보다 크게 줄었다.


대관식에는 영국 왕실의 보물이 총출동한다. 
찰스 3세가 쓰는 성 에드워드 왕관, 제국 왕관, 메리 왕비의 왕관 등 왕관 3개, 영국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구(orb)와 홀(scepters), 황금 팔찌, 철퇴 2개와 검 다섯 자루 등이다. 
찰스 3세가 쓸 성 에드워드 왕관은 높이 30cm, 둘레 66cm에 달하는 크기에 순금과 보석 444개로 만들어져 무게가 2.23kg에 달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 왕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 목이 부러질 정도로 무겁다”고 불평했었다. 
대관식 때 이 왕관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국가에 액운이 닥친다는 징크스가 있어 각별히 주의한다고 한다. 
대관식을 마치면 이보다는 간소한 제국 왕관으로 갈아 쓴다.


커밀라 왕비가 쓸 메리 왕비의 왕관에는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가져온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다른 보석으로 대체해 쓰기로 했다. 
이 다이아몬드가 영국의 잔혹한 식민 통치와 수탈을 상징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대관식은 영국 성공회의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그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이마와 가슴, 손에 성유를 바르는 대관식 의식에서 12세기에 만든 숟가락을 이용한다. 
대관식에서 쓰이는 물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 이 성유는 전통적인 노루의 사향이나 향유고래에서 뽑은 기름이 아닌 순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예루살렘에서 만든다.


찰스 3세 부처는 이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왕궁 복귀 행렬에서는 황금 마차를 탈 예정이다. 
다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런던 시내 주요 명소를 지나는 약 7.2km의 긴 길을 돌면서 많은 런던 시민을 만나고 왕궁으로 들어갔던 것과 달리, 2.1km의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가는 간략한 행렬을 할 예정이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역시 노쇠한 국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마차는 최악의 승차감으로 악명이 높다. 
처음 사용한 윌리엄 4세는 “배를 타고 거친 바다에 있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대관식을 회상하며 “승차감이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230412)


☞대관식(Coronation)

전제 군주(monarch)가 왕관을 쓰는 예식이다. 
왕의 즉위는 일반적으로 선왕이 승하한 즉시 이뤄지지만, 대관식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달 후 열린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국 등 유럽에선 가톨릭(현재 영국은 성공회) 교회에 의해 각국의 왕이 군주로 공식 인정받게 되는 기독교적 예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관식에서 성직자가 새 국왕에게 성유를 바르며 축성(祝聖)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어로는 ‘코로네이션(coronation)’이라고 한다. 왕관이란 뜻의 라틴어 ‘코로나(corona)’에서 유래했다. 
2020년 확산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코로나와 같은 어원이다. 
바이러스 표면을 둘러싼 발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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