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하인드]공연 중 팀파니 찢어지자 타이어 갈 듯... 교향악단의 기막힌 대처
최근 KBS교향악단 연주회서 발생… ‘타이어 교체’ 하듯 밖으로 빼내고 나머지 3대로 음정 맞춰 연주
타악기인 팀파니는 축구의 골키퍼 위치에 해당하는 오케스트라의 수문장이다.
때로는 거친 야수성이나 호쾌함을 증폭시키는 공격수 역할도 한다.
그런데 만약 공연 도중에 팀파니가 찢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87회 정기 연주회에서 드라마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KBS교향악단>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교향곡 11번 2악장을 연주하던 도중에 팀파니 하나가 찢어지는 돌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악단 팀파니 수석인 이원석(29)씨는 “순간 얼굴이 하얘지고 뇌가 정지하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미 커티스 음악원과 템플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악단에 합류했다.
팀파니는 소나 염소의 천연 가죽이나 플라스틱 소재 막을 씌운 원통형의 북을 채로 때려서 소리를 낸다.
천연 가죽은 플라스틱 재질에 비해 따뜻하고 깊은 음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 약점도 있다. 연주 도중에도 온도·습도에 따라서 음정이나 음색이 변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 수석은 “특히 고온다습한 한국 여름에는 팀파니 가죽도 물기를 먹은 것처럼 늘어지기 쉽다.
반대로 건조한 겨울에는 메마른 소리를 내거나 음정이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다.
타악기지만 무척 예민하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건조한 날씨 탓에 2악장의 강한 연타(連打) 도중에 결국 가죽이 찢어졌다.
자칫 연주가 도중에 중단될 수도 있는 돌발 상황이었다.
다음 팀파니 연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분 남짓이었다.
하지만 그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우선 ‘타이어 교체’ 하듯이 문제가 생긴 악기를 조용하게 밖으로 빼냈다.
그 뒤 곁에 있던 다른 팀파니 3대의 음정을 맞춰서 대체한 것이다.
앞에 있던 다른 단원들은 ‘긴급 사고’가 일어난 줄 모르고 연주를 계속했다.
결국 무사히 공연을 마친 뒤 이스라엘 출신 거장인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87)도 팀파니 수석을 먼저 기립시킨 뒤 박수를 보냈다.
보통 클래식은 연주 곡목을 사전 공지하기 때문에 팝이나 가요처럼 돌발 변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팀파니 사고 대처’ 장면은 최근 KBS교향악단 유튜브를 통해서 공개된 뒤 3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수석은 “20년 가까이 팀파니를 연주했지만 라이브 공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며 “연주자는 매순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결국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230411)
'알고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美남성의 드림카’ 카마로 (0) | 2023.05.25 |
---|---|
온난화로 메이저리그 홈런 늘었다 (0) | 2023.05.25 |
일본 식당서 계란 메뉴 사라진다... 1년새 가격 65% 올라 (0) | 2023.05.19 |
농구 드래프트 1순위의 저주인가 ? (0) | 2023.05.19 |
75년 중립국 어떻게 돌아섰나 ? (1) | 202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