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온난화로 메이저리그 홈런 늘었다


기온 오르면서 공기 밀도 떨어져 비거리 늘어
2010년 이래 온난화로 매년 홈런 58개 증가
온난화 심해지면 2100년에는 467개 늘 수도



지구온난화가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더 늘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 밀도가 떨어져 야구공이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간다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1위 기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가 2001년 시즌에 세운 73개이다. 

사진은 본즈가 홈런을 치는 모습.>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의 저스틴 맨킨(Justin Mankin) 교수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미국 기상학회보’에 “메이저리그의 통계와 기상관측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래 온난화로 시즌마다 홈런이 58개씩 더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 10만여 경기에서 나온 홈런과 당시 기온을 경기장, 고도별로 조사했다. 
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2015년 이래 22만 건 이상의 타격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영상도 분석했다.


메이저리그는 2015년부터 스탯캐스트(Statcast)라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탯캐스트는 기존 투수의 구속, 회전수, 궤적 정보뿐 아니라 타구의 궤적, 발사속도, 발사각까지 제공했다.

 

 

<온난화와 홈런 수 추이. 1962~2019년 경기 당 홈런 수 추이(A)와 같은 시기 야구구장의 최고 기온 추이(B), 야구장의 공기 밀도 추이(C). 기온이 오르면 공기 밀도가 떨어지고 홈런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1962~1995년 홈런 수를 감소시켰다가, 2010~2019년에는 홈런을 500개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홈런 감소는 당시 스모그로 인해 발생한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 미립자)이 햇빛을 반사해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기온이 오르자 홈런도 늘었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10년간 6만5300여 개의 홈런이 나왔는데 이 중 0.8%에 해당하는 500여 개가 온난화가 유발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분석 결과 돔구장이 아닌 야구장에서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경기당 홈런 수가 1.96% 늘었다. 
기온이 높은 오후에 경기가 진행되면 2.4%까지 높아지고, 야간경기는 1.7%로 떨어졌다. 
2010년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 중 577개는 온난화로 비거리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온난화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제럴드 밀(Gerald Meehl) 박사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얼마나 많은 곳에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줬다”며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대해 진지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이전에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홈런 폭증으로 고민에 빠졌다. 
경기가 홈런에 좌우되자 보는 재미가 떨어져 팬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난 40년 동안 경기당 홈런이 34% 늘었다. 2015~2019년 매년 홈런이 350개씩 늘었다.


메이저리그는 홈런 증가는 타자들의 타격 실력 향상 덕분이라고 본다. 
미국 일리노이대 물리학과의 앨런 네이선(Alan Nathan) 교수는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의 의뢰를 받고 홈런 증가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타자들이 이전보다 공을 더 높은 각도로 강하게 친 것으로 나타났다. 타격 실력 향상이 홈런을 늘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트머스대의 맨킨 교수는 “지금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적지만, 온난화가 계속되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메이저리그의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최악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라면 2100년에는 기온 상승으로 한 해 홈런이 467개까지 더 나올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최근 홈런 폭증기의 수치를 능가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시나리오라도 130개는 더 나온다는 것이다.


맨킨 교수는 “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메이저리그가 앞으로 경기장을 더 많이 가리고 야간경기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A&M대의 운동학·스포츠경영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맥컬로프(Brian McCullough)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점수와 별도로 고온은 선수와 경기장 관리 직원, 관중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가 우리 스포츠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2304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