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 보건소는 요즘 고민이 깊다. 
이 보건소에는 현재 정규직 의사는 한 명도 없고, 군대에 가는 대신 지역 의료 기관 등에서 3년간 진료를 보는 계약직 공중보건의사(공보의)만 17명 있다. 
하지만 이 중 4명이 다음 달 임기가 끝난다. 
지금 공보의 17명은 보건소와 하위 기관인 ‘보건지소’마다 분산 배치돼 지역민을 돌보는데, 지금도 인원이 부족해 인구 2400여 명인 북평면에는 아예 상주하는 사람이 없어 인근 지역 공보의가 일주일에 한두 번 이 지역에 와서 밀린 진료를 본다. 
정선군 관계자는 “다른 지역도 공보의가 부족해서 난리라, 충원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며 “자칫 앞으로는 환자들이 의사를 찾아 다른 면으로 다니게 생겼다”고 했다.


지역 공공 의료 기관의 의사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다음 달부터 의료진 부족 현상이 한층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전국 각 공공병원·보건소 등에서 진료를 하는 공보의 1290명이 4월 한꺼번에 전역하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선발된 인원은 1116명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174명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의대를 졸업한 병역 의무자의 경우 임기직 공무원 신분인 공보의로 일하며 병역을 대신하거나, 장교인 군의관으로 입대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보의가 되는 사람 수는 최근 계속 줄고 있다. 
매년 3월 선발하는데 2018~2020년 3년간 총 3522명이 충원됐지만 그 이후 올해까지 3년 동안엔 3204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08년 5000명이 넘었던 전체 공보의 규모도 2012년 4046명, 2021년 3523명에서 올해는 3200명 안팎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곳곳에선 공보의가 대거 떠나며 의료 공백이 더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규모가 큰 지방의료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강원 속초의료원에서는 단 1명밖에 없는 마취과 공보의가 다음 달 떠난다고 한다. 
작년 4월 다른 마취과 전문의가 퇴사한 뒤 지난 2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전남 목포시의료원도 단 1명씩만 있는 안과 및 마취과 공보의 임기가 다음 달까지다. 
충원이 되지 않으면 이들 병원에선 안과나 마취과 관련 진료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의사 부족으로 공보의가 지역을 순회하거나 보건지소가 격일로 문 여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남 창녕군은 의과 공보의 정원이 15명이지만, 현재 2명이 모자라는 13명만 근무하고 있다. 
의사가 없는 부곡면에는 월·목요일에만 영산면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진료를 본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 공보의 10명이 임기가 끝나는데 7명만 추가 배치된다고 한다. 정원이 3명 더 줄어드는 셈이다. 
강원 고성군도 지난해 공보의 2명이 제대했지만, 1명만 충원돼 현내면에는 의사가 없어 화·목요일에만 문을 연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공보의 제도가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장기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의 의대 진출이 늘어나는 데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서 3년간 일하는 공보의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보의 숫자가 줄면 줄수록, 공보의 1명에게 몰리는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전남 여수시의 한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A씨는 “지역에 따라 공보의 혼자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을 책임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왜 제대로 진료를 하지 않느냐’며 민원을 넣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또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시골’ 보건소에서 장기간 일하는 게 힘들다는 젊은 층도 많다. 
이 때문에 복무 기간이 3년인 공보의 대신 1년6개월인 일반병으로 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신정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장은 “현실적으로 공보의가 지역 공공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공보의의 복무 기간이나 급여 등 여건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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