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정부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도 전체 사교육비는 3년 연속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대입 제도나 학교 교육 내실화나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것 없이 정책 혼선을 빚어 국민 불안감만 조성해 벌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국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7%(1만9000원) 늘어났다. 
이는 통계청이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증가 폭도 역대 가장 컸다. 실제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9만9000원으로, 지난해 38만2000원보다 4.6%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전국의 초·중·고교생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4%(8000억원) 늘었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 수는 2017년 573만명에서 지난해 558명으로 1년 만에 15만명이나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 총규모는 늘어났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 21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다 2016년 반등한 뒤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늘었다.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2.5%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69.6%, 고등학생 58.5% 순이었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모두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났지만, 특히 고교생의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초등학생 3.7%, 중학생 7.1%씩 늘었는데, 고등학생들은 12.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초기 '대입 제도 개편' 작업을 하며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준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 정부는 선거 공약대로 대입을 학생부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가, 1년 유예하더니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내리며 큰 혼선을 빚었다"면서 "안 그래도 대입에 불만이 많은 국민의 정부 정책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불안감은 더욱 커져 사교육을 더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학교 내신을 대비하는 사교육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대입에서 학교 내신 성적 비중이 중요해져 내신 사교육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예전엔 영어·수학 위주 내신 사교육을 받았다면, 이젠 국어·사회·과학 등 전체 과목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교과목 중에선 국어 사교육비가 크게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영어 7.2%, 수학 5.5%씩 늘어났는데, 국어는 12.9% 증가했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능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대학 합격에 국어 성적이 중요해지자 학생들이 국어 학원에 몰리고 있다"면서 "국어 사교육이 고교생뿐 아니라 중학생으로 내려가는 추세"라고 했다.


이날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 대책으로 '대입 투명성·공정성 강화' '공교육 내실화'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 해결책은 하나도 없고, 기존 정책의 재탕·삼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한 교수는 "과거 정부는 '방과 후 수업' '영어 교육 활성화' 등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걸 공교육에서 해결해주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했는데, 현 정부는 '학생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할 뿐, 실제론 부담도 줄이지 않았고 사교육으로만 내몰고 있다"고 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교육부는 이렇게 교육 정책 실패로 사교육비를 크게 확대한 현실은 외면하고, 자기들 관심사인 사립 유치원 사태만 끊임없이 부각하려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대다수 국민과 학생이 고통받는 사교육비를 어떻게 줄여줄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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