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 내 ‘오색(五色) 케이블카’ 사업이 41년 만에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를 사실상 통과했다.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설악산 ‘끝청’(해발 1604m)에 15분 만에 도착하는 새로운 ‘공중 등산로’가 열릴 수 있게 됐다. 
‘권금성 케이블카’에 이어 설악산의 두 번째 케이블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조건부 동의’로 결론 냈다고 27일 밝혔다. 
케이블카 공사 전에 환경청이 내건 환경 악영향 최소화 조건을 이행하면 사업을 실행해도 좋다는 뜻이다.

 

 

<27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노선도. 
케이블카는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을 잇는 것으로, 길이는 3.3km다. 끝청은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5km 떨어져 있다. 
하지만 케이블카에서 내려도 정류장이 기존 등산로와 연결돼 있지 않아 대청봉까지 갈 수는 없다.>

 

 

1982년 강원도 양양군이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추진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파괴’라는 두 주장이 충돌하며 40년 넘게 표류했다. 
2019년 원주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 결론을 내리며 좌초될 뻔했으나, 이듬해 양양군이 청구한 행정심판에서 ‘부동의 처분 취소’ 요구가 받아들여져 기사회생했다. 
이후 양양군이 두 차례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완을 통해 4년 전과 완전히 뒤집힌 결과를 얻어냈다. 
강원도는 오는 2024년 착공, 2026년 운영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오색 케이블카는 평지(平地)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출발해 직선으로 3.3km 떨어진 설악산 ‘끝청’을 잇는 사업이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5km 떨어진 ‘끝청’은 등산로로 걸어 올라가면 1시간 30분가량 걸리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15분 11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8인승 53대를 운영하며 시간당 최다 825명이 이용할 수 있다.


오색 케이블카를 타고 끝청에 내려도 케이블카 정류장이 기존 등산로와 연결돼 있지 않아 ‘중청’이나 ‘대청봉’으로 갈 수는 없다. 
다른 산책로도 없어서 케이블카 이용객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해야 한다.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면 산 정상 등산객 수요 급증으로 환경 파괴 우려가 커 애초 산책로나 등산로를 연계하지 않는 것이 사업 조건이었다.


환경 단체 반대로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던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변곡점을 맞은 것은 2015년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산양 서식지를 최대한 피하고 대청봉 경관 훼손을 최소화한 현재 노선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했다. 
그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 위기종 보호 대책 수립,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 대책 추진, 탐방로 회피 대책 강화 방안 마련, 시설 안전 대책 보완, 사후 관리 감시 시스템 마련, 양양군-공원관리청 삭도 공동 관리, 설악산 환경보전기금 조성 등 ‘7대 부대 조건’을 담은 ‘조건부 승인’을 해줬다.


이를 토대로 양양군은 2016년 7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그해 11월 환경부가 내용 미흡을 이유로 보완 요청을 했다. 
양양군은 2019년 5월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그해 9월 사업을 접으라는 뜻의 ‘부동의’ 결정을 통보했다. 
40년 숙원 사업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양양군은 이에 불복해 곧바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0년 12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기준’을 토대로 내린 부동의 결정은 위법·부당하며, 재보완 기회 없이 입지 부적정 전제 하에 부동의한 것은 부당한 재량권 행사”라며 양양군 손을 들어줬다. 
이후 양양군이 작년 12월 재보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고, 이번에 환경부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원주환경청은 27일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환경 영향을 줄이는 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며 재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선 2019년 원주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환경부가 ‘조건부 승인’을 해주며 내준 숙제가 환경부와 양양군이 조율하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환경영향평가 협의 사업은 1597건으로, 이 중 ‘부동의(재검토)’ 사업은 19건(1.2%)에 불과했다. 
특히 환경부가 ‘조건부 승인’을 내줘 지자체가 요구 사항을 보완한 후 ‘부동의’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 
환경부 내부에선 “당시 정치권의 ‘입김’이 없었다면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오색 케이블카 허가로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사업 허가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 구례군은 올해 안에 노선을 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 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 보은군도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속리산 케이블카 기본 구상과 타당성 용역은 마쳤지만 환경 보호 논란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서울 도봉구 역시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 중이다.(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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