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 (閑談)
이응관
인간사 어느 구석에
불 사르지 않고 일궈낸 밭이 있었던가.
쓰러지고 일어서는
세월의 숨결 또한 그렇지 않던가.
그러나 불 태움도 증오라네.
정열로 위장된 파멸이라네.
사랑으로 가장한 미움이라네.
보게
구름밭 갈고
새 깃 흔적 무심히 지우는 허공의 넉넉함과
탁류 안고 더욱 깊어 가는
저 창해의 푸른 살림살이는 어떤가.
새삼 놀랄 일도 아닌
바로 이런 살림을
어디 마음만 낸다고 아무나 하는 짓들인가.
이런 일은
큰 사람이,
아주 큰 사람이
천태산쯤에 토굴 파고
화전 일구어 감자 먹고
낮잠 자다가 홀연히 깨어
흙벽 바라보고 싱긋이 웃으며
혼자서
암, 혼자서
마쳐버릴 살림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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