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세계 605위)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 3회전에서 탈락했다. 
세리나는 3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아일라 톰리아노비치(29·호주·세계 46위)에게 3시간 5분 접전 끝에 1대2(5-7 7-6<7-4> 1-6)로 졌다. 
세리나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생각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앞서 2일 여자 복식 1회전에서 한 살 위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한 조로 출전해 패한 데 이어 단식에서도 퇴장하며 사실상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끝냈다.

 

 

<3일 US오픈 3회전 경기를 마치고 세리나 윌리엄스가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경기를 마친 후 세리나는 “이 모든 것은 내 부모님 덕분에 가능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어 “비너스가 아니었으면 세리나도 없었다”고 해 관중석에서 지켜본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상대 톰리아노비치도 “세리나가 각종 대회 결승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며 “세리나는 그 어떤 꿈도 달성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세리나 윌리엄스가 18세 나이로 1999년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타이틀을 차지했을 당시의 모습(왼쪽 사진)과 3일 US오픈 단식 3회전 경기를 마치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팬들의 환호에 감사를 나타내는 모습(오른쪽 사진). 
세리나는 20여 년의 화려했던 테니스 여정을 마치고 은퇴할 예정이다.>

 

 

윌리엄스 자매가 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테니스에서 최강자로 우뚝 선 것은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일로 평가된다. 
이번 대회 16강에 오른 코코 가우프(18·세계 12위) 등 많은 흑인 선수가 자매의 활약을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두 자매는 빈민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컴턴에서 자랐다. 
이미 둘이 태어나기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을 짜놓았던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는 비너스가 열 살, 세리나가 아홉 살 때인 1990년 플로리다로 이사했다. 
자매가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끊이지 않자 주니어 대회에 내보내지 않고 훈련만 하다 1995년 아카데미에서도 빠져나와 직접 혼자서 가르쳤다. 
리처드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경기장으로 나가. 넌 챔피언이야, 온 세상이 알고 있어”라고 자주 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1999년 US오픈 복식에서 우승한 윌리엄스 자매가 서로 바라보며 축하하고 있다.>

 


비너스·세리나 자매는 아버지의 말대로 온 세상이 아는 챔피언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1998년 세리나는 열일곱 살 나이로 US오픈 혼합 복식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엔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첫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맛봤다. 
언니 비너스와 함께 복식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자매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메이저대회 복식에서만 14차례 우승을 합작했다. 
비너스도 2000년 윔블던을 시작으로 메이저대회 7차례 우승을 비롯해 49승을 올렸다.


하지만 동생 세리나가 73회 우승으로 언니를 압도하며 테니스의 전설이 됐다. 
세리나는 US오픈 여자 단식 6회(1999, 2002, 2008, 2012, 2013, 2014)를 포함해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2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1968년 프로와 아마를 통합하는 이른바 ‘오픈 시대(open era)’ 이후 최다이자, 호주의 마거릿 코트(24회)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세리나는 2012년 런던올림픽 단식 금메달도 목에 걸며 ‘커리어 골든 슬램(메이저대회 제패 +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완성했다.

 

 

<1999년 9월 11일 세리나 윌리엄스가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승리한 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자신의 첫번째 US오픈 우승이다.>

 


그러나 프로 생활이 항상 순탄하진 않았다. 세리나는 코트 안팎에서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2001년 미국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아버지가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듣자 14년 동안 이 대회를 보이콧했다. 
지난 2018년 US오픈 결승에서 경기가 잘 안 풀려 라켓을 내팽개치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등 소란을 일으키고 패하자, 호주의 한 신문은 세리나를 ‘화난 고릴라’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US오픈은 소셜미디어에 마지막 경기를 치른 세리나에게 “고마워요 세리나”라는 동영상을 헌납했다. 
그리고 “그대는 울고 있지만, 우린 울지 않을 것이다”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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