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항상 바쁜 도시생활을 떠나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 가서 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새로 이사간 그 마을에서 텔리비전으로 일기예보를 처음으로 듣고서야 비로소 시골 생활이 얼마나 느긋한지 깨달았다.
텔리비전 화면에는 기상 상태를 설명하는 지도나 인공위성 사진도 없었다.
다만 자상하게 생긴 제법 나이든 예보 담당자가 이렇게 예보했다.
“에一 비오고,또 오고, 또 비가 올겁니다 ! 정확하게 얼마나 오겠느냐구요 ?
여러분의 추측이나 저의 추측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겠지요. 그럼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로스앤젤레스공항으로 가는 도로에는 차량들이 붐비고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사는 우리 앞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 승용차를 추월하려고 차선변경 깜박이를 켰다.
막 앞지르려고 하는데 앞 차를 운전하고 있던 여자가 차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왼쪽 차선으로 들어 가겠다는 신호에 틀림없었다.
우리 버스운전사는 차선 바꾸는 것을 포기하고 앞 차가 차선을 바꿀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앞 차는 차선을 바꾸지 않았고, 일분쯤 지난 뒤 창밖으로 내밀었던 손을 거두어 들였다.
우리 버스가 두번째로 추월을 시도하자 그 여자는 또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1분 후에 손을 거두어 들였다.
“제발, 아가씨,빨리 마음을 정하쇼.” 우리 버스운전사가 답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 번이나 추월하려다 실패한 끝에 우리 버스는 마침내 속도를 내어 앞 차를 앞질러갔다.
버스가 앞차를 스쳐갈 때 내려다보니 그 여자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
손톱 하나하나에 칠이 끝날 때마다 칠한 것을 말리기 위해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고 있었 던 것이다.
어느 일요일 예배 때의 일.
회중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교회 목사님이
1달러와 5달러짜리로 100달러를 광주리에 담아 돌리면서, 이 돈은 교회의 자선기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제가 목사로 있으면서 지금껏 한 적이 없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하고 선언했다.
이 말과 할께 그는 돈광주리를 회중에게 돌리면서 부끄러워 말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집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광주리가 다 돌고 난 다음에 들여다 보니까 그 속에는 그것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 보다 67달러가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나의 아들은 중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편 며느리는 탁아소를 운영하면서 라마즈식 자연분만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이들이 넷이나 되는데 모두들 운동을 좋아한다.
따라서 늘 집안이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곳처럼 엉망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집에 들른 나는 집안이 너무 깨끗한 것을 보고 아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아주 효과적으로 집안청소를 하는 방법을 마침내 알아냈습니다.”
아들이 대답했다.
“간단한 방법이지요.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각자 쓰레기를 500개씩 주우라고 하는거예요 !”
우리 할머니가 텔리비전의 살인추리극을 보고 있었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할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삼촌이 요리점을 묻기 위해 건 전화였다.
“5분 후에 다시 걸어라.”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요리책을 찾아가지고 와서 다시 텔리비전을 보고 계셨다.
그런데 살인범의 정체가 막 드러나려고 하는 순간 또 전화벨이 울렸다.
“연필 준비해 !” 할머니는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르셨다.
“네,준비했습니다, 부인 !” 전화를 건 외판원이 놀라며 대꾸했다.
“하루 종일 여러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주문을 받기는 처음입니다.”
우리 시아버지는 네브래스카주에서 카우보이로 일하신 적이 있다.
지금은 집에서 쉬고 계시지만 투박하고 과묵한 성격을 가지신 분이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나는 그분이 얼마나 과묵한 분인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시아버지께서 하루는 자동차로 시골 길을 달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트럭 한 대가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트럭에는 이웃에 사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트럭을 세운 다음 후진해서 차를 나란히 세웠다.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가던 길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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