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
           함민복

 


 

사람들은 다 죽는다

 

죽음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가능한 한 죽음과의

약속 시간을 늦추고 싶어

간헐적 다이어트를 하고

대장내시경을 하고

태반주사를 맞고

뒤로 걷고

곰쓸개를 먹고

위장전입을 하고

부동산투기를 하고

강을 파헤치고

원자력발전소를 만들고

부정선거를 하고

독재를 하고

무기를 팔아먹고

전쟁을 하고

난리를 치다가

약속을 어기고 싶어

약속은 없었다고

죽음은 없고

천국과 극락은 있다고

‘고’들을 끼고

영혼을 달래러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은 약속을 지킨다.


* '고'들을 끼고 -> '고'로 끝나는 글자들!

 

 


- 계간《애지》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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