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사람 같아서
윤보영
꽃 앞에서
예쁘다
예쁘다
볼 때마다 얘기했더니,
글쎄, 꽃이
좋은 향기를 내미는 거 있죠.
처음에는
빈말인 줄 알았는데
자꾸 듣다 보니
자기가 정말 예쁜 꽃이란 걸
알았다면서.
..................
사람은 물론 식물, 동물도 자기 좋아하는 건 귀신같이 안다.
그리고 좋아해 주면 무언가를 반드시 돌려준다.
채소나 분재는 알뜰살뜰 가꾸면 잎들을 반들거리며 반긴다.
고양이나 개에게 따듯한 눈빛을 보내면 살랑살랑 따른다.
아기도 예뻐해 주면 좋아라 생글생글 웃음 다발을 건네준다.
텔레비전에서 보니 다친 새를 정성 들여 치료하고 길렀더니 새가 주인 어깨에 앉아 어디든 따라다녔다.
사람 관계도 좋아하기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꽃들도 그러하네. 사람과 같네.
'예쁘다 해주니 향기를 내밀었다.' 사랑의 대가다.
꽃 철이다. 봄이 꽃들과 함께 왔다. 손잡고 왔다.
매화, 산수유 꽃들은 벌써 제 색깔과 향기를 받쳐 들고 사람들을 맞는다.
예쁜 계절이다. 복사꽃, 살구꽃과 온갖 꽃이 고운 꽃잎들을 들고 찾아올 것이다.
만나러 가야겠다. 찌든 마음에 위로와 향기를 얹어줄 것이니.
- 박두순<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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