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집에서 살림만 해오다가 직장을 얻어 처음 출근하던 날 아침,
나는 도시락 봉지 여섯 개를 준비해서 다섯 아이들의 봉지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내 봉지에는 '엄마'라고 적었다.
직장에 도착한 나는 직원들의 도시락 봉지를 넣어두는 냉장고를 열었다.
맨 위칸에는 갈색 도시락 봉지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그 봉지들에는 모두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총쏠때 슬로우모션>
어린 두 자녀를 둔 우리 이웃집은 같은 마을의 좀더 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이사에 앞서 아이들에게 새로 이사가면 갖게 될 보다 큰 뜰이며
아이들이 따로 쓸 침실 등 앞으로 좋아질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4살짜리 아들녀석은 그래도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루는 밖에서 놀다 뛰어 들어오더니 “그런데 말야.엄마,이사가는 게 좋지 않은 것도 있다” 하고 말했다.
“그래 ? 그게 뭐지 ?”
“아빠가 보고 싶어질 것 같아.”
<핸드폰을 전자렌지로 돌리면>
괌도에서 살던 시절,나는 가끔 미국 메릴랜드에 전화를 걸곤 했다.
괌도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7시에 전화를 신청하면 메릴랜드에서는 아직 목요일 오후 4시였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보내려면 큰일이구나 하고 일을 시작하다가도
저쪽에서 “괌에 있는 사람하고 얘기를 하면 늘 즐겁습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니까요” 하는
유쾌한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폭탄주 종결자>
어떤 손님이 예쁜 카드 한 장을 카운터에 들고 와서 지갑을 꺼냈다.
나는 “5달러입니다”고 말했다.
"5달러라구요 ?” 그 손님은 이렇게 소리치더니 “그만둡시다” 하고는 지갑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 넣고
화가 난 듯 가게 밖으로 성큼 성큼 걸어나갔다.
내가 그 카드를 다시 진열대에 꽂으면서 보니 그 카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오.'
<요즘 애들 장난감>
간호원인 나는 환자가 똑바른 자세로 누워 있는지 그리고 환자가 깔고 누워 있는 시트가 잘 펴져 있는지 항상 살핀다.
어느 날 병실을 돌다 보니 어떤 여자환자가 침대에서 반쯤 미끄러져 내려와 있었고, 침대시트도 구겨져 있었다.
내가 그 환자의 몸을 들어 올리고 침대시트도 펴주려고 했더니 그 환자는 그냥 그대로가 좋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침대시트를 잘 펴고 똑바로 눕혀 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 일을 끝마친 나는 내가 환자의 고집을 꺾고 일을 제대로 처리한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 환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묻는 게 아닌가 ?
"그래 이제 내가 편해진건가요 ?"
<합성 클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