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집에다 사무실을 차려놓고 조그만 청부업을 하고 있는데 자동차 운전중에도 전화를 쓸 수 있도록 자동차에 카폰을 설치했다.
남편은 새로 유행하는 이 문명의 이기를 가설해 놓고서 자기도 신기했던지 어느 날 오후에는 다섯 차례나 전화를 걸어 "나한테 연락온 거
없어 ?" 하고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아까 20분 전에 전화를 걸고 난 후로 전화 온 것 없어요" 하고 대답하면서 나는 남편이 언제쯤 그놈의 기계에 싫증이 나게 되려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막 전화를 끊고 났는데 뜻밖에 남편이 바로 현관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
남편은 문 앞에 자동차를 세우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해마다 정월 초하루에 열리는 장미행렬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장미행렬이 가장 잘 보이는 특별관람석에 자리잡고 구경을 했다.
그런데 꽃수레가 앞을 지나갈 때마다 우리 앞에 앉아 있던 덩치 큰 남자가 일어나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우리 시야가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우리는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나는 가지고 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가 우리 면전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
나온 사진을 앞의 남자에게 건네주었더니 그 사람은 자기 엉덩이가 찍힌 그 사진을 들여다보고 할 말을 잊은 듯했다.
그뒤로 그는 행렬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언젠가 실랑이를 벌였는데 나는 그때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한참 말다툼을 하다가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더니 종이 두 장을 가지고 와,"좋소.우리 서로 어떤 점을 좋아하지 않는지 적어봅시다"
어머니가 그럼 그럽시다 하고 불평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쓰는 모습을 한참 눈을 부라리며 보다가 종이에 자기도 무엇인가 적었다. 어머니가 또 무엇인가 썼다.
아버지는 다시 어머니를 지켜보더니 다시 뭣인지 쓰기 시작했다.
두 분이 마침내 다 끝마치자 아버지가, "이제 그만 불만을 서로 교환해봅시다" 하고 제안했다. 두 분은 목록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버지의 '불평목록'을 힐끗 보더니, "제것 돌려 주세요" 하고 통사정을 했다.
아버지의 '불평 목록'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을 사랑하오" 라고 쓰여 있었다.
내가 붐비는 네거리를 막 지나가려고 하는데 자전거를 탄 두 소년이 바로 눈앞을 스쳐갔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뒤에 오던 차가 내 차의 뒷범퍼에 부딪쳤다. 소년들은 속력을 내어 길 아래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주차구역으로 가서 차를 세웠다. 뒷차도 나를 따라 왔다.
우리는 함께 파손된 부분을 살펴보았으나 다행히도 별것 아니었다.
뒷차 주인이 말했다. "가만히 계십시오. 내가 자전거 탄 녀석들을 붙잡을 테니까."
"그만 두세요. 벌써 멀리 갔을걸요."
"그렇긴해요. 허지만 녀석들이 오늘 저녁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죠. 내가 그 녀석들의 애비거든요."
어느 날 내가 어떤 빌딩 현관에 다가가고 있는데 머리가 반백이 된 풍채 좋은 사람이 내 앞에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한 젊은 부인이 다가왔다. 그는 비켜서서 이 부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여자가 말했다. "내가 숙녀라고 해서 문을 열어 주지는 마세요."
그 사람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당신이 숙녀라고 해서 열어 드린 것이 아니고 내가 신사이기 때문에 열어 드린 겁니다."
부활절 바로 전 주일, 우리 백화점은 온통 손님들로 붐벼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화가 나서 씩씩거린 사람은
TV부 지배인이었다.
며칠째 연거푸 오후만 되면 잘 차려입은 부인 하나가 와서 주간 연속드라마가 나오는 채널을 틀어 놓고는 주위 사람들에겐 아랑곳없다는 듯
마음 푹 놓고 앉아 시청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화딱지가 잔뜩 난 지배인이 물었다.
"벌써 여러 날째 저희 가게에 와서 멜러드라마를 시청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물론 말씀해 드리죠." 부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우리 텔리비전을 바로 이 가게에 맡겨 놨어요. 그걸 빨리 고쳐 주지 않으면 날마다 올거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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