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산 속에서 살면서 밀주를 만들어 드시는 괴퍅한 우리 아저씨 .
하루는 젊은 청년작가가 찾아와 자기는 산사람과 그들의 관습에 관해 책을 쓰고 있다면서 밀조위스키 제조방식을 물었다.
아저씨는 놀랍게도 그 제조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젊은이는 그것을 또박또박 받아적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하고 아저씨는 마지막 단계를 설명했다.
“그걸 이틀,사흘, 혹은 닷새 정도 발효시키는데 그 발효기간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지…”
“어떤 경우에 달라지나요, 아저씨 ?”
“그건 토요일 밤까지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에 막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외과 과장선생님이 수술을 마무리짓는 것을 도와드리게 되었는데 실을 길게 늘어뜨리고 봉합하는 도중에 갑자기 실이 엉켰다.
선생님은 실을 풀어 보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매듭은 더욱 더 단단해질 뿐이었다.
내가 도와 드리겠다고 해도 들은 척 만 척이었다.
한참만에야 과장은 날 쳐다보더니 “좋아, 자네가 한번 해보게” 했다.
내가 금방 매듭을 풀어 버리자 과장이 말했다.
“12년간이나 수술 경력이 있는 나도 못 풀었는데 어떻게 자네가 해냈지 ?”
이에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는 15년간이나 자수를 놓아 온걸요.”
국민학교 교장으로서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학생들과 선생들이 하는 활동에 참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루는 유치부에 들러 한 시간 반 가량을 같이 지냈는데 자유활동 시간이 되자 두 꼬마소녀가 나를 자기네들 놀이에 끌어들였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그때 또 다른 여자애가 다가오더니 자기도 끼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애에게 벌써 놀이가 시작됐으며 그 놀이는 세 사람이서 하는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놀이가 일단 끝나면 다른 두 소녀와 같이 하면 될 것이라고 차근차근 얘기해 주었다.
그 아이는 마지못해 곁에 서서 놀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애는 내 등을 톡톡 두드리더니 이렇게 묻는 게 아닌가 ?
“선생님은 지금 일하는 시간이 아니에요 ?”
전화번호부 책을 배달하고 있던 여자가 어느 집에 이르렸다.
그 집 현관 너비는 1m 쯤이었는데 키가 2m나 되는 개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여인은 현관에 책을 놓고 창문을 노크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차 있는 데로 되돌아오려니 개가 책을 씹어 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책을 갔다 놓아야 했다.
바로 이때 트럭이 입구에 닿더니 웬 남자가 내렸다.
“새 전화번호부 배달입니까 ?” 그가 물었다.
“네”하며 여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는 선생님 것이고 또 하나는 개 것 입니다.”
“아, 그것 참 좋군요.” 남자의 대답.
“작년엔 개한테만 한 권 주시더니.”
어느 풋나기 사복경관이 비밀 임무를 띠고 우리 동네 쇼핑센터에 배치되었다.
되도록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조심하려고 그는 휴대용 무전기를 팝콘봉지 속에 교묘히 숨겨서 들고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무전기를 통해 수상한 자가 나타났으니 경계하라는 지시가 들어왔다.
그 수상한 사람의 인상착의는 이러했다.
“180cm 정도의 키에 검은 머리를 하고 줄무늬 셔츠와 청색바지를 입고 있슴. 팝콘봉지에 대고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이 수상쩍다는
신고가 방금 들어왔슴.”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새 직장을 얻었을 때의 일.
그 회사 사람 하나가 공항까지 나왔는데 그 사람은 아주 과묵하고 겸손한데다 몹시 친절해 회사에 돌아오자 내 사무실 차리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사무실에 앉아 회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는 데 그 사람은 매일 아침 다섯 시나 여섯 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한두 시까지 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듣고 나는 충고 하길, “어떻게 그렇게까지 심혈을 바치며 일할 수 있어요? 당신이 내일쯤 죽어도 당신 자리는 두 주일도 안 되어
메워질 것인데…” 했다.
그리고 인생에는 직장보다 더 중요한 그 어떤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도대체 맡은 일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터무니없이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사장이요.” 그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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