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대기업에 관리직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지 6개월쯤 지나서였다.
여자 신입사원 한 사람을 데리고 사무실을 두루 안내해 주고 다른 사원들에게 소개해 주라는 임무가 나한테 떨어졌다.
다정하게 대해 주는 동료직원 여러 명을 소개해 주자 새 여사원은 회사가 엄청나게 크긴 하지만 그 안에 바삐 오가는 사람들에 뒤섞여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없겠구나 싶은 자신이 생긴 것 같았다.
안내를 마치고 우리 부서로 돌아가려고 승강기에 들어서자 놀랍게도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 사장님과 회장님 뿐이었다.
나는 우리 회사가 얼마나 인간적 분위기에 젖어 있는가를 신입사원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두 중역에게 고개를 돌려,

“스미스회장님, 존스사장님, 판촉부에 새로 들어 온 낸시 앤드루스양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했다.
두 분은 즉시 새 여사원과 악수를 나누고 진심으로 입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층에 다다르자 앤드루스양과 나는 두 분에게 인사를 하고 승강기에서 내렸다.
우리 뒤로 승강기문이 닫히면서 두 중역 중 한 사람이 말을 건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낸시 앤드루스가 누구인줄은 알겠는데 그 아가씨와 함께 있던 젊은 남자는 누구요 ?”





흰쥐의 생태를 실험하는 급우를 따라 나도 얼마간 대학실험실에 나갔었는데 어느 날 아침,연세는 쉰쯤 되고 어두운 표정을 한

청소부아주머니가 들어섰다.
그는 우리 안에 든 흰쥐 12마리를 보고 굉장히 흥미있어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이 어떻게 먹이를 얻는지 설명해 주었다.
즉 우리 옆에 달린 막대를 누를 때마다 동그랗게 빚어진 먹이가 굴러 나오게 되어 있고 막대를 누르는 회수는 컴퓨터에 정확히

기록된다는 것을.
흰쥐들이 제각각 막대를 누르고 먹이가 나오면 그걸 먹고 다시 누르고 하는 과정을 그 아주머니는 말없이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일을 마치고 나갔다.
다음 일요일,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 가 보니 놀랍게도 막대를 눌러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각 우리에는 먹이가 한 더미씩 쌓여 있고 실컷 먹고 난 쥐들은 느긋하게들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첫번째 우리에 이런 글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 
'일요일은 누구나 쉴 권리가 있슴.' 





하루는 동료 몇이서 한 의사를 놀려 주면서 당신은 간호원들한테서도 얼마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했다.
그저 농담을 했을 뿐인데 그 의사는 뜻밖에도 자기도 안다고 하면서 자기는 가족들한테서도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는 것이었다.
하루는 오랜만에 집에 있는데 자기 아내가 외출하고 없어 자신이 딸아이를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직업탓으로 집에 있는 날이 별로 없는 그에게는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그날따라 아이가 넘어져 팔꿈치가 까지자 그 애는 계속 엄마를 찾아댔다.
그래서 그는 엄마가 외출하셨으니 아빠에게 상처를 보여 달라고 참을성 있게 설득했으나 그래도 딸애는 완강히 거부하고

그저 앙앙 울기만 할 뿐이었다.
마침내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는 딸애에게 자기는 의사이니까 팔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자 딸애, “네, 그래요. 그렇지만 제 담당의사가 아니시잖아요” 하더라고.





뉴욕주 나소카운티에서 살인 사건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증인이 나와서 자기는 피해자가 땅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는데 죽은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피고측 변호사가 벌떡 일어서서 반대심문을 했다
"증인께서는 의사입니까 ?"
"아닙니다" 증인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의료보조원인가요 ?"
"아닙니다"
"의과대학에 다닌 적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그렇다면 증인이 어떻게 피해자가 사망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
"글쎄요"
증인이 대답했다
"나는 그의 장례식에 갔었거든요"





몇 년 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보호관찰하는 임무를 맡은 경찰관으로 일하게 된 나는 고참 선배로부터 요령을 배웠다.
어느 날 밤 우리는 커다란 저택의 1층 창문에 기대 세워진 사다리를 보았다.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선배는 침입 흔적을 찾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가 사다리를 반쯤 올라갔을 때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선배가 화단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집주인이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달려와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하며
자기집 고양이들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린 창문에 일부러 사다리를 기대 세워놓았다고 설명해주었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선배는 그 사다리로 도둑들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을 거라고 지적해 주었다.
집주인은 이렇게 대꾸했다.
"아, 그건 걱정 없습니다. 사다리의 위쪽 가로대를 모조리 톱으로 반쯤 잘라놓았거든요"





나는 뉴욕시에서 현금자동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찾느라고 자동차를 이리저리 몰고 가다가 다른 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나는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내리치는 앞 유리창을 통해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며 경찰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물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얼굴이 햇볕에 탄 한 젊은이가 내 차문을 두드리더니 틈새로 자기 명함을 밀어넣었다.
명함을 보니 자동차정비공 앤터니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브루클린의 십스헤드만(灣)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터니는 내 차를 자기네 정비공장에 맡기면 완벽하게 고쳐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네 정비공장의 우수한 기술진을 자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틀림없이 우리 사장 안젤로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분의 나이는 53인데 마음은 23살 먹은 아가씨의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나는 앤터니의 이 말에 반해 그의 정비공장에 차를 맡기기로 했다.
'안젤로라는 사람이 시인같고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 그런데 왜 하필 23살이지? 29살이라고 하면 어때서 ?" 나는

생각했다.
그 정비공장으로 차를 몰고 간 나는 성격이 활달한 안젤로를 만났다.
앤터니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자 안젤로는 자기가 최근 병원에 입원해서 23살 먹은 아가씨의 심장을 이식받은 얘기를 자세히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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