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남편의 찬 시중을 10년 동안이나 들다 보니 따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처럼 들춰 보지도 않던 요리책을 꺼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만들다 보면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이
이것 저것 나오기도 하니까 남편이 점점 실망하는 눈치였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화재자동경보기가 울리길래 난로 위에 기름을 올려 놓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허겁지겁 불길을 끈 다음,시커멓게 그을은 기름냄비를 식히기 위해 마당에 내다 놓았다.
얼마 후에 밖을 내다보니 남편이 현관 앞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시커멓게 탄 냄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들어서더니 단호하게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도대체 뭘 만 들었는진 모르지만 난 그거 안먹을거야 !”
남편하고 나는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다른 일로 약속을 할 때는 미리 시간을 잡아야만
둘 중의 한 사람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내가 남편에게 이런 쪽지를 남겨 놓았었다.
“목요일 11시에 의사한테 가 봐야 해요. 아이들은 당신거예요.”
다음날 아침에 보니 눈빛이 검은색인 남편이 이런 쪽지를 남겨 놓았다.
“아이들이 내 것이라는 당신 말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구려.
나는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의 눈빛이 왜 파란가 하고 무척 궁금했었거든.”
옆집에 살고 있는 캐럴은 짓궂은 장난꾸러기다.
하루는 소독작업을 해주는 사람이 집에 오게 되자 장난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캐럴은
무지무지하게 큰 검은색 모조 거미를 방 한복판에 놓아두고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 돌아온 캐럴은 소독업자가 분명히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거대한 거미가 발을 허공에 쭉 뻗은 채 방바닥에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자원봉사활동을 하시느라 나날이 바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걸려오는 전화마다 늘 어머니를 찾는 것뿐이라고 불평을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는 전화가 올 때마다 "헬렌의 비서입니다.무슨일이시죠우” 하고 말을 시작하셨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아무리 불평을 하셔도 결국 마지막 승리는 어머니 것이었다.
그런데 한번은 아버지가 좀 무안한 일을 당하신 일이 있었다.
비서직 종사자의 주간을 맞이해서 회사의 전직원이 보는 가운데 '어머니가 보내는 꽃다발'을 받으신 것이다.
네거리에서 정지신호가 떨어지자 차 한 대가 멎었는데 그 자동차 앞 부분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열심히 운전자를 보고 한참 손을 흔들어대자 그는 나를 보더니 차에서 내려서 보닛을 열어 보았다.
속을 보니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엔진 위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그는 상황이 어색하게 된 것을 얼른 알아차렸다.
그는 고양이를 내게 건네 주면서 “아주머니, 이놈 잠깐만 안고 계세요” 하고 나서 보닛을 꽝 하고 닫고
차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 고양이에게 '카뷰레터'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수퍼마켓이 몹시 붐비고 있었다.
내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은 유난히 많은 물건을 샀다.
점원이 지친 표정으로 그 여자의 마지막 봉지를 들어 올리는데 그만 밑이 빠지면서 봉지에 들었던 물건들이
마룻바닥에 와르르 쏟아지고 말았다.
그러자 점원은 손님을 보고 얼떨결에 이렇게 내뱉고 말았다.
"요즘은 종이백을 만드는 게 전과 달리 몹시 약해서 탈이에요. 댁의 문 앞까지는 가서 터져야 정상인데 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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