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의 최후>
친구 가야와 함께 어느 한적한 절을 찾은 적이 있었다.
절 입구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 돌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가야도 적당한 돌을 찾아 돌무더기 위에 올려놓으며 소원을 빌었다.
"좋은 사람 만나 시집 잘 가게 해 주옵시고, 하는 일마다...."
이렇게 한참 읊조리며 양손을 맞대고 열심히 비벼대던 가야의 입에서 마지막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아멘."
큰아이들은 성장기에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올라왔기 때문에 다른 도시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암탉을 그리라고 하면
머리를 잘라내고 털을 완전히 뽑아낸 치킨을 그리는 것을 보고 깔깔대고 웃곤 했다.
그러다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막내를 보면서 나는 도시 아이들이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가족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데 일곱살짜리 막내 페드로가 불쑥 말했다.
"아빠, 난 비프를 한번도 못봤어요. "
난 기가 찼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네 앞의 접시에 놓인것이 비프 스테이크잖아 ?"
"아뇨, 아빠 ! 살아있는 비프 스테이크 말예요!"
하루는 어느 식당에서 오믈렛 하나를 먹었는데 엄청난 값을 청구하기에 내가 웨이터에게 따졌다.
"이 마을에는 달걀이 모자라는가요 ?"
그러자 웨이터가 되받았다.
"달걀이 아니라 손님이 모자라지요."
여객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탑승용 램프를 따라가는데 한 노부부가 앞에 가고 있었다.
우리가 공항버스에 오르자 여승무원이 탑승권을 회수했다.
공항버스가 (우리가 탈 비행기를 향해) 활주로를 달리자 노파가 "영감, 어떻게 된거유?"하고 물었다.
영감은 턱을 긁으면서 대답했다.
"낸들 알어. 날개가 없는 비행기는 본 적이 없는걸."
비행기에서 한 뚱뚱한 스위스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저녁식사가 나오자마자 그 여자는 먹음직스런 초컬릿 디저트에 소금과 후추를 듬뿍 치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 여긴 스튜어디스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일러주었다.
"아니. 이렇게 해야만 해요. "
스위스 여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렇게 해놔야만 안 먹게 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