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5·오릭스 버펄로스)과 김태균(29·롯데 마린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한국 거포들이 심상찮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어디 내보이지도 못할 만큼 성적이 초라하다. 이런 부진이 계속되면 1군 잔류조차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이승엽은 20일까지 8경기에서 28타수 3안타(0.107)를 기록했다.
20일 니혼햄전 첫 타석에서 다섯 경기 만에 안타를 때려 타율이 1할을 간신히 넘었다.
이승엽은 8경기 동안 삼진을 무려 14개나 당했고, 그 중 12개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상대 투수의 구질을 예측하고 스윙하는 전형적인 게스히터(guess hitter)인 그가 상대 투수와의 수(手)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것이다.
이승엽의 삼진 수는 퍼시픽리그 선수 중 가장 많다.

 

이승엽은 승부처에서 상대 투수가 던지는 포크볼에 약점을 드러냈다.
포크볼은 구속이나 궤적이 처음엔 직구와 비슷하게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진다.


이승엽이 포크볼에 현혹된 것은 15일 라쿠텐전서부터였다.
당시 라쿠텐 선발 다나카는 첫 타석에서 빠른 볼로 승부하다 외야 쪽 큰 플라이 타구가 나오자 이승엽의 두 번째 타석부터 포크볼로 경쟁했다.
다나카는 4회 2사 1·2루 위기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서자 공 6개 중 5개를 포크볼로 던졌다.
이승엽은 볼 카운트 2-3에서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다나카는 7회 볼 카운트 2-1에서 전 타석과 똑같은 코스에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후 상대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포크볼을 주 레퍼토리로 삼고, 직구와 다른 변화구를 양념으로 섞어 이승엽을 농락했다.
이승엽은 20일 경기에서도 8회 133㎞의 가운데 낮은 포크볼에 꼼짝 못 하고 당했다.
9회에도 상대의 바깥쪽 아래로 휘는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애를 먹다가 우익수 플라이 아웃됐다.
오릭스는 5대9로 져 최하위에 머물렀다.

 

13일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을 터뜨렸을 때 환하게 웃으며 이승엽을 반겼던 오카다 감독은 이후 부진이 이어지자 쓴소리를 시작했다.
오카다 감독은 19일 니혼햄 경기 후 "그냥 서 있으면 볼넷인데 이승엽이 자꾸 볼을 치려 한다"며

"자꾸 삼진을 당하다 보니 타격할 때 오른발을 내딛는 폭이 좁아져 호쾌한 스윙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승엽이 제 스윙을 하려면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또 시즌 전 중점을 두고 연습에 매달린 '밀어치기'타법이 나와야 한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엽이 홈런을 때렸을 때 타구 방향을 물어보고서 "좌중간으로 넘어갔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국내 시절 컨디션이 좋았을 때 밀어치기 타격으로 담장을 많이 넘겼다.
밀어치기에 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투수의 공을 오래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오카다 감독은 기회를 많이 주는 감독이지만 한 번 믿음을 잃어버리면 다시 기회를 주지 않기로도 유명하다.(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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