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왕자의 난(亂)'을 겪었다.
22~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왕자 호동'에는 이 단체의 간판 발레리노 김현웅·이동훈의 이름이 빠져 있다.
당초 낙랑공주·호동왕자 캐스팅은 22일 김주원·정영재, 23일 김리회·이동훈, 24일 이은원·김현웅이었지만,
국립발레단은 지난 11일 이동훈 대신 김용걸, 김현웅 대신 송정빈으로 출연 무용수가 바뀌었다고 공지했다.
이 캐스팅 변경의 배경에는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이 있었다.
무용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한 술자리에서 김현웅이 이동훈을 때려 이동훈이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김현웅은 최근 사직서를 냈고, 입원 치료 후 퇴원한 이동훈은 발레단 복귀까지 1개월 이상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석 발레리노 3명 중 2명을 잃은 이 사건으로 국립발레단은 '아킬레스건(腱)'을 다쳤다.
남자 무용수가 부족하고, 특히 '왕자'('백조의 호수'의 지크프리트 등 클래식 발레의 주역감)의 씨가 마른 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체 무용수로 들어온 김용걸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출신의 베테랑이지만 3년 가까이 전막 발레 공연을 하지 않은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이고, 송정빈은 경험이 적은 데다 병역특례로 단기군사교육을 받은 직후라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
마흔을 바라보는 김용걸은 파트너 김리회와 13세 차이다.
김용걸은 "짧은 시간에 전막 발레를 소화할 무용수가 적다"면서 "갑자기 투입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럴 때 도와 드려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해외 발레리노 한 명을 처음으로 입단시켰지만 부상과 적응 실패로 몇 개월 만에 돌아갔다.
'남자 발레 무용수의 기근(飢饉)'은 국립발레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남자 무용수 21명 중 8명(38%)이 외국인이다.
이 발레단 관계자는 "국제 콩쿠르 수상에 실패해 입대한 발레리노는 제대 후 발레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다국적 무용수의 입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국내 발레리노의 해외 콩쿠르 입상 소식이 잦아지고 있지만 전막 발레에는 세울 수 없는 '콩쿠르용 무용수'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고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는 남학생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왕자 기근'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예원학교 관계자는 "1~3학년 합쳐서 발레 정원이 60명이지만 남학생은 6명뿐"이라면서
"발레의 저변은 넓어졌지만 전공으로 선택하는 남학생은 체감상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110420)
<발레‘왕자 호동’에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2인무. /국립발레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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