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스콧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아디다스와 협업해서 만든 날개 달린 운동화.
                                                                신화적 이미지로 운동화를 채색해 웃음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번 시즌엔 무지개색을 내놔 더욱 극적이다.
                                                                날개는 탈부착이 가능하다.
  

                                                                레이디 가가가 써서 화제가 됐던 미키마우스 선글라스도 그의 작품.
                                                                장난감인지 패션 제품인지 구별이 쉽게 되지 않는다.
  

                                                                2010년 그의 이름으로 여는 봄·여름 컬렉션에 내놓은 뼈다귀 하이힐(Bone heels)도 인상적.
                                                                그가 늘 외치는 '유쾌한(hilarious)'이란 단어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다.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Jeremy Scott)은 '변종과 혼성'이 득세하는 21세기가 아니었다면 그저 '괴짜'로

취급받았을지 모른다.

 

  
표범 얼굴이 달린 후드티, 햄버거 모양의 스커트, 천사 날개가 달린 신발, 미키마우스 모양의 선글라스….

그야말로 잡탕(雜湯)이다.
파리 패션쇼에 나오는 '입지 못할' 옷도 아니고, 가볍게 입을 캐주얼도 아닌, 작정하고 튀기 위해 입는 옷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드라마 속 인물처럼 살고 싶어하는 이들일수록 스콧에게 열광한다.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리스 힐튼, 레이디 가가 같은 인물이 대표적. 우리나라의 빅뱅, 2NE1, 이효리도 스콧의 추종자다.
  

'튀는' 걸 좋아하는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그를 '후계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스콧을 지난 26일 서울 청담동의 한 편집매장에서 만났다.

 

  
―당신의 옷을 두고 흔히들 '스포츠 쿠튀르(sports couture)'라고 부른다.
상상력을 발휘하기엔 오트 쿠튀르 무대가 좋지 않은가? 알렉산더 매퀸처럼 말이다.
스포츠 룩으로 접근한 이유가 궁금하다.
  

"음…. 내가 미국인이라서? 난 미주리에서 자랐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산다.
조깅족, 가수, 파티걸 등 누구나 아무 때나 편하게 걸칠 수 있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남다른 옷을 만드는 게 좋았다.
앞에서 보면 트레이닝복이지만, 옆에서 보면 드레스라고 해도 무방한 거, 좋지 않나?"


  

―처음부터 특이한 옷만 만들었나?


"아마도. 어릴 때부터 친구들한테 옷을 만들어줬는데 하나같이 독특했다.

티셔츠에 귀를 달고, 눈을 달고, 손을 달고 그랬다."


  

―신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가.


"맞다. 특히 날개가 좋다.

인간이면서 날기를 소망한 신화 속 인물 '이카루스(Icarus)'도 생각나고. 날개는 상승의 이미지인 동시에 추락의 이미지이다.

천사의 아이콘이지만 때론 악마를 연상시킨다. 우리를 고양하기도 하고 좌절시키기도 한다."


  

―운동화에 그래서 날개를 달았나?


"그렇다. 신고 뛰면 날아오를 것도 같고, 때론 조금 무섭기도 하고."


  

―수퍼모델 데본 아오키(Aoki)를 발굴했다.

 

"그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동양인이기도 하고 서양인이기도 한 얼굴. 묘한 조합인데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나?"


  

―방금 말했듯 당신은 언제나 동서양, 남녀,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정통 예술을 마구 섞어 경계를 허무는 걸 좋아한다.


"맞다. 그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고, 그래서 패션을 택했다.

늘 정반대의 것을 뒤섞어 제3의 영역을 창조하는 게 좋다.

스포츠룩이지만 오트 쿠튀르이고, 여자 옷 같지만 남자 옷이기도 한 그런 느낌.

아디다스, 롱샴, 크리스천 루부탱,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신 옷을 입는 스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다 좋은데…. 못한다…못해."(그래도 뽑아달라는 주문에)

"그래도 역시 마돈나. 그녀가 처음 내 옷을 입었을 때 너무 좋아 소름 돋았다.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튜어디스를 연상시키는 섹시한 옷은 내가 그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 스타 중에선 2NE1과 빅뱅이 당신의 추종자다.


"나도 그들이 좋다. 패션이 환상적인 데다, 노래 '롤리팝'도 참 좋다."


  

―스타들 때문에 이름을 알렸지만, 지금이 아니었다면 외면당할 수도 있었겠다. 너무 난해하고 기상천외하니까.


"나도 내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남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걸 해왔으니까."


  

―옷을 만들 때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면.


"팬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꿈꾼 대로 살자(Live that dream)." (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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