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서로 만나지 못해 애타게 그리워하는 상사는 안타깝다.

“인간 만사 이별 중에 독수공방이 상사난이란다∼”고 매화타령에도 나오지 않는가.

‘상사화’(相思花)는 잎이 모두 말라죽은 것처럼 없어졌을 때 비로소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핀다.

곧,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서로 보지 못하고 생각만 한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다.

제주에서는 ‘말마농’이라 하는데, 통마늘처럼 생긴 비늘줄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터이다.

영어로는 ‘매직 릴리’(magic lily)라는데, 잎도 없이 꽃대만 훌쩍 서 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붙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해마다 고창, 영광 등 남쪽 지방 여러 곳에서 ‘상사화 축제’를 연다.

그런데 실제로 핀 꽃은 꽃무릇(석산)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마찬가지라 이름을 혼용하게 된 것인데,

제 이름을 찾아 ‘꽃무릇 잔치’라고 이르면 어떨까 싶다.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먼저 피고 키도 크다. 상사화가 애잔하게 생긴 데 반해 꽃무릇은 정열적인 빨간색이다.

그러고 보니 상사는 애틋함으로 말미암아 불타오르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 꽃무릇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서정주·선운사 동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

(최영미·선운사에서)이라고 동백꽃을 노래했지만, 지금 선운사에는 ‘꽃무릇’이 불타고 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장성 백양사 쪽도 한창이다.

‘꽃무릇’은 ‘꽃+무릇’으로 된 말인데, ‘무릇’의 뜻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이는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무리지어 피는 꽃이 어디 한둘이랴.

오히려 ‘무릇하다: 좀 무른 듯하다’는 뜻과 관련지을 수 있을 듯한데, ‘밥을 무릇하게 짓는다’고도 한다.

무릇을 ‘물고리/ 물구’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무릇은 무르지 않아 꽃대로 조리를 만들기도 했던 것을 보면,

반그늘 습지에서 자라는 점을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한자 이름은 ‘석산’(石蒜)이다. 흔히 ‘상사화’(相思花)와 혼동하는데, 같은 수선화과지만, 꽃무릇은 9~10월에 피고,

상사화는 6~7월에 피고 키도 크다.

후제 어느 시인이 읊을 멋들어진 꽃무릇 노래를 기대해 본다.

꽃말이 ‘슬픈 추억’이라니 불타는 쓰린 사랑의 노래가 나올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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