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 가평 용추구곡



‘용추’란 이름이 붙은 계곡은 많다. 경남 함양 기백산에 있고, 경북 문경 대야산에 있다. 강원 동해 무릉계곡과 지리산에도 용추폭포가 있다. 어김없이 용이 승천했거나 목욕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만큼 골이 깊고 물이 많다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용추’는 경기 가평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 연인산(1,068m) 들머리 용추폭포부터 정상까지 길이 12㎞의 계곡이 이어진다. 하류 용추, 중류 중산리, 상류 연인계곡으로 나뉜다. 한데 묶어 ‘용추계곡’이라 부르지만, 마을 사람들은 용이 승천하며 9가지 절경을 새겨놓았다고 ‘용추구곡’으로 고쳐 부른다.


제1경 용추폭포부터 유원지가 시작된다. 5m 높이의 용추폭포, 단군의 서기가 서렸다는 미륵바위, 출렁다리 유원지 등 도로를 따라 크고 작은 유원지가 이어진다. 가족 단위 피서객에 방갈로며 식당이 많아 꽤나 북적댄다. 물 맑고 호젓한 곳을 찾으려면 올라가야 한다.


도로가 끝난 지점에서 비포장길로 500m 정도 올라가면 하얀 펜션 몇 동이 나온다. 제3경 ‘탁령뇌’ 앞이다. 구슬처럼 맑은 물이 바위와 부딪친다는 곳. 4륜 구동 자동차가 아니면 진입하기 힘든 자갈길이 계곡을 따라, 혹은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휴대폰 안테나가 하나 둘 줄어들더니 이내 ‘통화권 이탈’을 알린다. 잠시 꺼둘 수밖에 없다.


용추구곡을 모두 보려면 개울을 열네번 건너야 한다. 발목까지 찰랑거리는 개울을 지나면 숲길, 큰 돌 몇 개 놓아 만든 징검다리를 지나면 또 숲길이다. 가평 특산물인 잣나무가 제 키대로 쭉쭉 뻗어 있다. 어른 무릎 높이의 얕은 개울이 있는가 하면, 어른 키보다 깊은 물도 있다. 빠르게 내려오는 물은 바위마다 부딪쳐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든다. 물이 얼마나 많았으면 ‘물안골’이란 지명이 붙었을까. 마지막 쉼터인 칼봉산쉼터에서 길은 물안골과 계곡길로 갈라진다.


칼봉산쉼터를 지나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다. 길은 평지에 가깝다. 바닥엔 흙과 자갈이 깔려 있고, 길가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연둣빛 단풍잎이 많다 싶었더니 제7경인 ‘청풍협(靑楓峽)’이란다. 푸른 단풍과 푸른 물이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나무 터널 바닥엔 지난해 가을 떨어진 낙엽이 바닥을 수북이 덮고 있다. 이따금 다람쥐가 튀어나오고 검은 날개에 주홍빛 반점을 단 긴꼬리제비나비가 날아오른다.


계곡은 차츰 협곡에 가까워진다. 둥글넓적하던 바위도 제법 뾰족해졌다. 거친 물살이 바위를 감고 돌며 소와 폭포를 만들어낸다. 달력 사진처럼 전형적인 계곡의 모습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엔 손가락만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바쁘게 돌아다닌다. 꺽지, 자가사리, 버들치가 산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있는 8경 ‘귀유연(龜遊淵)’을 지나 9경 ‘농완계’에 닿는다. 용추폭포에서 6㎞ 거슬러 올라왔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연인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물놀이 하기엔 귀유연(용추폭포에서 4㎞)까지가 좋다.


연인산은 원래 이름 없는 동네 야산이었다. 산 정상 아홉 마지기 땅에서 조농사를 짓던 화전민 청년과 마을 처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999년 가평군이 철쭉과 단풍나무를 남기고 산을 정비하며 전설을 살려 ‘연인(戀人)’이란 이름을 붙였다. 5월엔 철쭉이 온 산을 태우듯 붉게 흐드러진다. 가을엔 단풍이 좋다. 붉은 꽃과 붉은 단풍 사이, 여름산은 푸른 계곡을 품었다.


▲여행길잡이


서울에서 46번국도 춘천 방향으로 달린다. 가평읍에서 75번 국도로 갈아타고 목동 방향으로 1.5㎞ 정도 달린 뒤 용추계곡 방향으로 좌회전. 서울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주말엔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계곡을 따라 도로가 이어진다. 용추폭포에서 2㎞ 정도 올라간 연인산 농원까지 승용차가 들어간다. 4륜구동은 칼봉산 쉼터까지 진입할 수 있다.


동서울터미널·상봉터미널에서 가평(춘천)행 버스를 이용한다. 1시간에 2~3대 운행한다. 동서울 5,000원, 상봉 4,700원. 청량리에서 춘천행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 가평역에서 하차해도 된다. 1시간에 1대꼴. 3,200원. 가평읍에서 용추폭포까지 시내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1시간 이상이어서 불편하다. 읍내에서 용추폭포까지


택시로 5,000~6,000원.


연인산 등반에는 연인능선(10.8㎞·5시간 소요·용추폭포~물안골~연인능선~연인산)코스와 청풍능선(8.8㎞·4시간30분·용추폭포~물안골~청풍·장수능선)코스가 있다. 유원지 방갈로 임대료는 당일 3만원, 1박 6만원대다. 텐트는 자릿세를 받는 곳도 있고, 안 받는 곳도 있다.


가평천은 생태계가 살아있는 수도권의 청정수역이다. 연인산·명지산 사이에 놓여 있는 백둔계곡, 석룡산 자락 조무락골·무주채폭포·용소폭포 등도 물이 좋다. 인근 아침고요수목원·남이섬·청평호 등도 둘러볼 만하다. 가평군청(031)580-2114 www.gptour.go.kr


〈가평/글 최명애·사진 정지윤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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