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림의 가을

백두대간에서 바라본 함양은 지리산권의 중심 위치에 있으면서, 우리 민족역사상 중요한 문화재산을 갖추고 있는 고장이다. 간략하게 함양군을 소개 해본다.

경상남도 함양군은 산세가 좋기로 이름난 고장이다. 북쪽으로는 덕유산국립공원, 남쪽으로는 지리산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라북도와 경계를 이루는 서쪽에는 백운산, 오봉산, 삼봉산 등이,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동쪽에는 금원산, 기백산 등이 솟아있다. 산세가 좋으니 당연히 계곡이 발달했고 가을철에 방문하면 형형색색의 단풍미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지리산 능선을 이마에 얹고 사는 마천면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계곡, 지리산자연휴양림 등이, 기백산국립공원을 등에 진 안의면에는 용추계곡과 용추폭포, 용추자연휴양림 등이 자리를 잡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라고 해서 여행객들의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것은 기우이다. 동서로 88올림픽고속도로가 지나고 남북으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해도 넉넉잡아 3~4시간 정도면 다가갈 수 있는 고장이다.

함양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명소는 함양읍내의 <함양 상림>이다. 함양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들어선 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인공 숲으로 신라 시대의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1천1백여 년 전 천령군(지금의 함양군) 태수를 지낸 최치원은 여름마다 위천이 범람해서 읍내가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3만6천평 규모의 상림은 예전에 대관림으로 불렸다. 갈참나무, 느릅나무 등 활엽수가 주류를 이루며 수종은 약 1백20여종을 헤아린다. 한여름이면 울창한 숲이 무성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가을이면 오색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숲이다.

▲ 상림 함화루
상림 안에는 함화루가 들어서있다. 이 누각은 본디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이었으나 19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멀리 지리산을 바라본다’고 해서 망악루라고 했지만 상림 안으로 이전되면서 이름이 함화루로 바뀐 이력을 품고 있다.

최근 군에서는 상림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산책로를 정비했고 맨발건강지압로를 만들었는가 하면 물레방아, 연자방아, 디딜방아 등도 설치하고 인공 연못도 조성, 다양한 연꽃과 수생식물을 심어놓았다. 백련, 홍련, 황련, 분홍련 등이 한여름철부터 10월 중순 무렵까지 번갈아 피고 진다. 상림 중간 도로변에는 역사인물공원도 설치했다.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인연을 지닌 인물들의 흉상이 공원을 지키고 있다. 최치원을 비롯 김종직, 유호인, 정여창, 박지원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보습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은리 석불도 숲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이 불상은 1950년 무렵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서 출토된 것을 지금의 자리로 옮겨놓은 것이다. 고려 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된다.


함양군 안의면소재지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3번 국도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거창, 아래로 내려가면 산청 당에 이르고 24번 국도를 타면 함양읍내로 연결된다. 26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육십령 고개를 넘어 전북 장수로 가게 되는데 서하면 남계천(또는 남천강) 주변에 농월정을 비롯,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등의 정자가 줄을 잇는다. 강변 정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풍취가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 함양에는 모두 약 1백50여 개의 정자와 누각이 있고 이 중 화림동계곡을 ‘정자문화의 1번지’로 손꼽는다. 현지 사람들은 농월정에서부터 거연정에 이르는 경치 좋은 골짜기를 통털어 화림동계곡 또는 안의계곡이라고 부른다.

골짜기 폭이 넓고 물의 흐름이 급하지 않은데다가 기암괴석이 널린 풍치는 좀체로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다. 애초 화림동계곡에는 ‘팔담팔정’이라고 해서 여덟 개의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와서는 아쉽게도 농월정 등 네 개의 정자만 남아있다. 아쉽게도 농월정은 근래 화재로 소실되고 말아 현재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정자들은 한결같이 도로변에서도 쉽게 감상할 수 있으며 정자 아래 물가는 현대인들도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명당자리. 화림동계곡을 찾은 여행객들은 그 정자들 누각에 올라서서 누구나 선비의 자세로 돌아가 음풍농월을 즐겨봄직하다.

지리산 하봉에서, 중봉, 천왕봉, 제석봉, 벽소령 등을 거쳐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휴천면 오도재 너머에 위치한 지리산 조망공원 휴게소이다. 읍내에서 이곳을 가려면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시 인월면 방면으로 향하다가 난평리를 지난 곳에서 1023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구절양장의 지안고개를 넘고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도재를 다시 넘게 되고 오도재휴게소에 닿으면 육중한 지리산 능선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 말고도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감상하기 좋은 곳은 백전면 백운산 중턱의 상연대라는 고찰이다.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오도재휴게소에서 지리산 능선 감상의 환희를 맛본 다음에는 마천면의 벽송사와 서암을 답사해본다. 칠선계곡 출발점이 되는 추성리 입구. 매표소를 거치기 직전 왼쪽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벽송사가 아담한 자태를 드러낸다. 창건연대에 대해서는 자세하지가 않지만 삼층석탑의 모양새로 짐작해볼 때 창건 시기를 신라 말이나 고려 초기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중종 15년(1520)에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 벽송사라고 불려오고 있다.

힘겹게 언덕길을 올라 절에 닿으면 우선 한 쌍의 목장승이 반긴다. 잡귀의 출입을 막고 사원의 풍수를 지켜주는 신장상이다. 왼쪽의 장승은 머리 부분이 산불에 타서 없어졌고 오른쪽 장승은 왕눈과 주먹코를 가졌다. 이 벽송사 목장승은 민중미학의 본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70여년 전에 세워졌다고 하며 단단한 밤나무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옛 모습이 남아있다. 서암은 근대에 지어진 사찰이며 바위굴에 석불을 모셔놓았다.

벽송사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칠선계곡은 지리산 계곡 등반로 중에서 가장 길고 험한 곳이지만 계곡 전체가 무수한 폭포와 소, 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청정하기 이를 데 없다. 빼어난 계곡미가 자랑이지만 난코스가 많기 때문에 등반하려면 충분한 사전준비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먹거리: ▽ 함양읍내 조센집(055-963-9860)은 어탕국수로 유명하다. 주인이 주변 위천과 엄천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고아 낸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맛이 담백하며 단백질이 풍부해 해장에도 좋다.3천5백원. ▽ 옛날할매순대(주인 이순재·70)=40년째 안의면 시장통의 낡은 한옥에서 순대와 순댓국을 내고 있다. 찬물에 담근 대창을 손으로 다듬는데 한겨울에도 어김없다. 순대 속은 거의 야채로만 채워 담백하기가 그만이다. 순댓국 역시 냉면 육수처럼 맑다. 수육 5000원(2인분), 순댓국 3000원. 대전-통영 고속도로 지곡 나들목∼24번국도∼안의면내. 오전 7시∼오후 8시, 연중무휴. 055-962-4306 ▽ 서안면 오혀마을에 가면 특별히 맛있는 곶감을 맛볼 수 있다 ▽ 대성식당(주인 이노미·77)=함양읍 내에서 50년 이상 ‘국밥’을 끓여낸 억척 할머니 집이다. 100년도 더 된 한옥에서 지금도 할머니가 쇠고기 삶아 수육 만들고 국밥을 내는 데 하루치(약 100그릇)를 다 팔면 문을 닫는다. 큰 솥에 토란줄기 넣고 벌겋게 끓여낸 맵고 칼칼한 진국을 뚝배기에 담아 12가지 반찬과 함께 낸다. 국밥 5000원, 수육 3만원. 일요일 격주 휴무. 정오에 문을 연다. 055-963-2089 ▽ 함양읍내에자리잡은 염소불고기 전문점 돌담식당(055-963-3198)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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