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000만원인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사의 예금 보호 한도가 오는 9월부터 1억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5000만~1억원 사이의 예금 241조원가량이 정부 보호에 더 놓이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9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르는 건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1년 이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547만원에서 4926만원으로 증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개별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5000만원까지 보호해 오던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총 3484개 조합)의 보호 한도도 1억원으로 오른다.
예금 보호 한도가 적용 중인 퇴직연금, 연금저축, 사고보험금의 보호 한도도 마찬가지로 1억원으로 오른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예금자 보호 한도액이 1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예금 241조원이 추가로 ‘예금자 보호’ 우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종전 5000만원이었던 예금자 보호 한도를 고려해 5000만원을 넘는 예금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에 편중돼 있었지만, 앞으로 저축은행 계좌 등으로 돈을 옮기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본격화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사에 맡겨진 예금은 약 3000조원인데, 이 가운데 약 49%인 1473조원이 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하 예금이다.
한도가 1억원으로 올라가면 전체 예금의 8% 정도인 241조원이 머니 무브 사정권에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시중은행과 나머지 금융사 간의 금리 차이가 머니 무브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요 예금(1년 만기)의 평균 금리는 연 2.58% 정도다. 저축은행 평균 금리(약 2.96%)가 0.4%포인트 정도 높다.
5000만원을 시중은행에서 빼내서 저축은행으로 옮길 경우, 1년간 챙길 수 있는 이자가 129만원(세전)에서 148만원으로 19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예보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연구 용역 결과,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올라가면 저축은행 예금은 16~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 예금 잔액이 100조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으로만 20조원 안팎의 예금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수진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예금자들이 보호가 되는 범위 안에서 자산을 분산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업권 내부에서 머니 무브가 더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2금융권에 많은 돈을 맡기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는데, 이들은 보호 금액이 1억원으로 오르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몰빵’하는 경향이 늘어나 2금융권 내에서 이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들은 생각보다 효과가 약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이자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 연간 20만원 안 되는 이자를 더 받자고, 새 계좌를 개설해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의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억원으로 보호 한도가 오르면 오히려 시중은행에 더 많은 예금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금융권에서는 예금이 늘어나는 만큼 각종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예금을 끌어들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예금보험료 부담도 이유 중 하나다. 금융사들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면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예보에 지급한다.
만약 금융사에 문제가 생겨 지급 불능 상태가 되면 예보가 이 자금을 활용해 해당 금융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용도다.
현재 금융사가 예보에 내는 예금보험료율(잔액 대비)은 은행이 0.08%인 데 반해 저축은행은 0.4%로 훨씬 높다. 보호 한도가 올라가는 만큼 저축은행 보험료율과 이에 따라 책정되는 보험료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예금 보호 한도가 오르면 아예 2금융권이 예금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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