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Why] 푸치니 오페라 '나비 부인'에 왜 일본 國歌 기미가요가 나올까?
개항기 日 항구 나가사키가 배경
게이샤가 된 약소국 소녀의 노래
공영방송 KBS가 광복절 당일 0시에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실황 영상을 내보낸 뒤 논란이 불거졌다.
이 오페라 1막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1904년 초연된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개항기의 일본 항구 나가사키가 배경이다.
이 오페라에서 묘사되는 일본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망상에 사로잡힌 침략 국가가 아니다.
거꾸로 자국 소녀를 보호할 힘조차 없는 초라한 약소국에 가깝다.
<지난 15일 오전 KBS TV가 방영한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초초상이 기모노를 입고 노래하는 장면.>
이를 보여주는 여주인공이 열다섯 살 일본 소녀인 초초상(나비부인)이다.
집안의 몰락으로 게이샤가 된 초초상은 미 해군 장교 핀커튼과 진실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반대로 핀커튼에게 초초상은 ‘현지처’에 불과하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쓰면서 일본 민요 ‘사쿠라 사쿠라’와 군가 ‘미야상 미야상(宮さん 宮さん)’ 등 다양한 선율을 사용했고, 오페라 1막에서 핀커튼과 초초상이 혼례를 올리는 장면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삽입했다. 일본 전통 혼례를 의미하기 위한 것이다.
푸치니가 기미가요 등 일본 선율을 많이 넣은 이유로 19세기 유럽에서 일본 미술이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현상을 뜻하는 ‘자포니즘(japonism)’의 영향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당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각을 의미하는 오리엔탈리즘의 반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오페라 1막에선 일본 국가만이 아니라 미국 국가도 나온다.
푸치니는 핀커튼의 활달한 성격 묘사를 위해서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도 사용했다.
핀커튼은 초초상과 혼례를 올리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일말의 주저도 없이 미국 여성과 다시 정식으로 결혼한다.
이 오페라는 가해자 미국 남성과 희생자 일본 여성의 구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군주의 치세’를 의미하는 기미가요의 가사는 헤이안(平安) 시대(794~1185)부터 전해졌다.
1869년 일본 군악대장이었던 영국 작곡가 존 윌리엄 펜튼(1828~1890)이 여기에 처음 곡조를 붙였다.
하지만 펜튼의 선율은 ‘진지함이 부족하다’ ‘부르기 힘들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1880년 일본 작곡가들이 새롭게 붙인 선율을 궁내성에서 승인했다.
당시 일본 해군 군악대장이었던 독일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1852~1916)는 서양식 화성을 입혀서 이 곡을 편곡했고, 일본 정부는 1888년 에케르트의 기미가요를 공식 국가로 채택했다.
공교롭게도 에케르트는 1901년 대한제국 군악대 교사로 부임한 뒤 이듬해 대한제국 애국가도 작곡했다.
현재 그의 유해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있다.
1945년 종전 이후 더글러스 맥아더 최고사령관의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일본에서 기미가요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 국가로 계속 불리다가 1999년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미가요는 일본 국가로 명문화됐다.(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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