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0시쯤 뉴욕주(州)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있는 한국 식료품 전문점 H 마트. 주말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한국·중국계를 비롯한 동양인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 사는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이탈리아계 미국인 살바토레씨는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매운맛 라면 한 묶음을 카트에 담고 있었다.
그의 카트에는 이미 냉동 군만두, 잡채를 비롯한 각종 한국 식품이 가득했다.
그는 “아내가 한국 음식을 좋아해 주말마다 들른다”고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 ‘H마트’에 쇼핑하러 온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아시아 식료품점’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 식품을 비롯한 아시안 푸드 마켓들도 이젠 미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 식료품점은 더 이상 틈새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요즘 뉴욕에선 아시안 식품 전문 마트에서 각종 재료를 사고, 마트 내 푸드코트에서 비빔밥·자장면을 먹고, 한국식 핫도그나 빵, 커피까지 사들고 집에 가는 이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NYT에 따르면, 한국 식품 전문점 H마트 외에도 인도계 식료품점인 파텔 브러더스, 중국 및 대만 식품을 주로 파는 99랜치 마켓 등은 미국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H마트는 미국 전역에 96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기업 가치는 어느덧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정도다.
지난달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쇼핑센터를 3700만달러에 사들일 정도로 유동성도 좋은 편이다.
파텔 브러더스도 미 20주에 52개 지점을 두고 있다. 99랜치는 11주에 62개 매장을 운영한다.
흔히들 미국에서 성장하는 아시안 식품 업체라면 ‘현지화 전략’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게들의 인기 비결은 그러나 뜻밖에도 ‘정통(authenticity)’에 있다.
H마트만 해도 현지에선 쉽게 찾기 어려운 홍어부터 순대·두부조림·젓갈까지 있다. 한국의 대형 마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업체들이 미국에 뿌리를 내린 것은 이민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던 1960년대 무렵부터다.
1965년 이민·국적법 개정을 통해 이민자에 대한 국적 할당제가 폐지되면서 미국 이민자 수가 급격히 늘었고, 아시아계 이민자 수도 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식료품점도 이때부터 생겨났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 식료품점은 고국을 떠나온 이들의 향수(鄕愁)를 달래주는 정도의 역할만 했지만,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젠 전 세계에서 건너온 미국 현지인들이 열광한다. H마트에 따르면, 고객 중 비아시아계 손님은 30% 정도다.
파텔 브러더스를 찾는 소비자의 20~25%도 남아시아계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아시아 식료품점 매장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 외에도, 이곳에서 판매되는 식재료들이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마치 K팝처럼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주류 대형 마트까지 각종 아시아 식품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 1년 동안 미국 내 식료품점에서 판매된 ‘아시아 전통 음식’ 품목의 매출은 4배가량이나 늘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딤프커 카위퍼르스 파트너는 NYT에 “아시아계 마트의 미국 내 식품 유통 업계에서 비율은 1% 미만이지만,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크다”고 했다.(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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