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뉴진(NEW進·새롭게 정진하다) 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47)씨의 동남아 클럽 공연이 ‘세속인이 승복을 입고 다니며 불교의 가르침을 훼손한다’는 현지 불교계 반발로 잇따라 취소됐다.
그러자 한국 불교계에서도 윤씨의 승복 착용을 두고 ‘불교가 시대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유니폼 논쟁’이 번지고 있다.
“국제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진스님이 1600년 한국 불교사에 남을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윤씨가 승복을 입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하자 현지 불교계와 정치권이 반발했다.
말레이시아 전직 교통부 장관은 “뉴진스님 공연이 말레이시아 불교계를 화나게 했으며 불교 가치와 가르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윤씨의 입국 금지를 요구했다. 이후 윤씨의 후속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DJ ‘뉴진 스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윤성호씨.>
싱가포르에서도 윤씨 공연이 예정됐으나 현직 내무부 장관이 “싱가포르 불교계에 대한 모욕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개 입장을 내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싱가포르 불교도 연맹도 공연 불허를 촉구했고 현지 경찰도 “종교적인 내용이 포함되면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싱가포르 클럽 측이 ‘종교적 요소를 빼달라’고 했으나 윤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연은 무산됐다.
한국 불교계에도 ‘유니폼 논쟁’이 번졌다.
정현스님(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조교수)은 지난달 불교계 언론 ‘법보신문’에 ‘승복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정현스님은 “장삼과 승복은 출가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특수한 의복”이라며 “실제로 군인이 아닌 자가 군복을 입거나 경찰이 아닌 사람이 경찰 제복을 입는 것은 불법(不法)”이라고 했다.
이에 동국대 백상원 학감 일윤스님이 ‘승복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다!’라는 반박문을 기고했다.
일윤스님은 영화 수리남에서 황정민씨가 사이비 개신교 목사를 연기한 사례를 거론하며 “대중은 허구의 인물과 현실의 성직자를 구별할 안목을 갖췄다”고 했다.
그는 “뉴진스님의 승복 착용이 문제라면 앞으로 대중문화계에서 불교를 소극적으로 다뤄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도 두 스님은 “승복의 무게는 진지하다. 승가의 고유복장은 대수롭게 다뤄선 안 된다”(정현) “승복의 무게란 무엇인가? 불교가 직면한 위기는 대중의 무관심이고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일윤) 같은 반론과 재반론을 주고받았다.
한국리서치의 ‘종교 인식 조사’(지난해 12월)를 보면 한국인 51%는 무종교인이었다.
20대 69%, 30대 62%가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조계종 출가자 역시 2000년 528명에서 2022년 61명으로 급감했다.
불교계에선 뉴진스님 논쟁에 “교단 자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372년(고구려 소수림왕 2년) 전래 후 1600년간 지속된 불교의 ‘여유와 품’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동규 서강대 K종교학술확산연구소 연구교수는 “시대에 따라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논쟁”이라고 했다.
불교가 한국인의 정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주류 종교’로서 동남아와는 다른 한국적 종교 지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헌법에 규정된 국교가 이슬람교다. 인구 61%가 무슬림이고 불교도는 19.8%밖에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도 불교 인구는 31%로, 기독교·이슬람교·도교를 합친 수치(43%)보다 낮다.
한재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1600년을 내려온 수용성·포용성·개방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성(聖)과 속(俗)의 구분조차 무의미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체현한 존재가 뉴진스님”이라고 했다.(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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