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강원 태백시 강원관광대 웅비관. 이 대학에서 유일하게 남은 간호학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복도에 ‘기본간호학 실습Ⅱ’ ‘임상간호실습 지침서’ 등 전공책이 담긴 박스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건물 어디에도 학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전공책 박스 위에는 먼지가 수북했다. 인근 건물 두 동의 출입구는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겼다. 
이날 캠퍼스엔 눈이 발목까지 쌓였지만 사람 발자국 하나 찍혀 있지 않았다. 교직원 서너 명과 기숙사에서 식사 중인 관리인 1명만 보였다. 
한때 학생 2500여 명이 북적이던 대학이 폐교 절차를 밟으며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1995년 개교한 강원관광대는 신입생 급감으로 운영난을 겪다가 지난달 12일 교육부에 ‘자진 폐교’ 신청을 했다. 
전문대가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한 것은 2018년 대구미래대 폐교 이후 6년 만이다. 
2000년 이후 문 닫은 대학 21곳 중 6곳만 자진 폐교이고 나머지는 교육부가 강제로 없앴다.

 

 

 


강원관광대는 30년 전 폐광으로 어려움을 겪던 태백 주민들의 희망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내걸고 대학 설립을 인가했다. 
이후 인근 정선에 내국인 카지노(강원랜드) 설치가 확정되자 1997년 카지노관광학과도 신설됐다. 
입학 정원은 680명에서 1280명으로 늘었고 재학생 수도 2500명을 찍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강원랜드 특수’는 없었다. 
2000년대 들어 다른 대학들도 관광 관련 학과를 우후죽순 만들자 태백까지 오려는 학생이 드물었다. 
강원랜드 취업이 보장되지도 않는데 태백에서 공부할 이유는 없었다. 
이어 ‘인구 절벽’에 부딪혔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입학 정원을 700명, 600명으로 줄였는데도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2020년엔 정원의 절반만 찼다.

 

 


<지난달 24일 강원 태백시에 있는 강원관광대 내 산학관 건물 1층 출입문이 잠긴 모습. 
1995년 개교한 강원관광대는 교육부에 '자진 폐교' 신청을 했다.>

 

 


대학은 학과 7개 중 호텔카지노관광·사회복지서비스·골프레저·조리제과제빵·실용음악·호텔관광과 등 6개를 없애고 간호학과 하나만 남겼다. 그나마 학생이 모였기 때문이다. 
입학 정원도 475명에서 98명으로 줄였다. 그런데 간호학과도 신입생을 채우지 못했다. 
2023학년도 입시에선 94명만 왔다. 전국 대학 198곳에 간호학과가 있는 상황이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고령의 총장과 교수들까지 직접 수도권 간호조무사 학원들을 찾아다니며 신입생 모집에 힘썼다”며 “그런데 입학한 학생조차 태백 캠퍼스 수업 대신 100% 온라인 수업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원관광대는 2022년부터 교육부 지원금과 장학금도 못 받는 처지가 됐다. 
운영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었다. 2021년 6억7000만원에서 2022년 11억9000만원이 됐다. 
결국 학교는 작년 9월 2024학년도 수시 모집을 포기하고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학생은 편입할 수 있지만 교직원은 실업자가 된다. 
그런데도 한 교직원은 “이 악물고 버텼지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곧 실직자가 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호학과 320명은 충북의 한 대학에 특별 편입한다. 학생 상당수가 수도권 출신이라 충북으로 옮기는 데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백 주민들은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며 폐교에 반대하고 있다.
 ‘강원관광대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남은 광업소가 폐광하고 관광대까지 문 닫으면 태백은 정말 어려워진다”고 했다. 태백시 인구는 3만8900여 명이다.(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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