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전 세계 경작지를 덮치면서 쌀·설탕·카카오·커피 등 식량 가격 급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면화 최대 산지인 미국과 중국의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옷과 신발 가격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와 홍수로 전 세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상 기후 후폭풍으로 의식주 2차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쩍’ 갈라진 옥수수밭 - 지난달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덮친 프랑스 북부 캉브레 인근 옥수수밭이 쩍 갈라져 있는 모습.
프랑스 기후고등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록적 폭염과 이례적인 가뭄이 프랑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현재 위기 관리 시스템으론 대처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재난”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설탕(원당) 선물 가격은 1파운드당 24.32센트로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29일(22.07센트)과 비교해 10%가량 올랐다.
국제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 4~6월 중 파운드당 26센트를 돌파,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 가격은 사탕수수 주요 재배지인 인도와 브라질 등지에서 가뭄이 이어지면서 오르고 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원두는 최대 생산국인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폭우와 전염병에 따른 흉작이 발생해 가격이 뛰고 있다.
국제카카오기구(ICCO)에 따르면, 지난 3일 카카오 t(톤)당 가격은 3348달러로 1년 전에 비해 50%나 불었다. 2015년 12월 15일(3389달러)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로부스타 커피 원두도 지난달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과자 등에 쓰이는 팜유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주식(主食)인 밀·쌀·보리 등의 올해 작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다.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은 올해 강수량 부족으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쌀 가격의 국제 지표로 쓰이는 태국산 쌀의 수출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518달러(약 66만원)로, 1년 전에 비해 23.9% 올랐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호주에서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아 수확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호주 농업자원경제과학국은 2023~2024년도 밀 수출량이 이전 대비 29% 감소한 210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보리 수출량도 30~4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빈곤층에겐 끔찍한 뉴스다.
유엔이 집계한 식량부족인구(24억명)의 대부분은 아시아(11억명)와 아프리카(8억6800만명)에 살고 있다.
식량 자급을 못하는 스리랑카에서는 지난해 식량 가격이 이미 64%나 급등했다.
가나·시에라리온·이집트·파키스탄은 지난해 연간 40~50%, 콜롬비아·나이지리아·미얀마는 20~30%의 식량 가격 인상을 견뎌야 했다.
이상 기후는 전 세계 면화 재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면화는 온난 습윤한 곳에서 잘 자란다.
미국 최대 면화 생산지인 서부 텍사스 고지대에서 지난해 기록적인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며 경작지 약 600만 에이커(약 2만4280km²)에서 면화 재배를 포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농생물공학회(ASABE)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36∼2065년 미 애리조나주(州) 면화 생산량이 1980~2005년과 비교해 4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면화 생산지로 알려진 중국과 인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 세계 면화의 약 22%를 생산하는 인도에서는 폭우와 해충 증가로 면화 재배량이 크게 줄고 있고, 중국에서도 최근 이례적 고온 현상이 지속되며 면화 재배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면화를 주원료로 하는 기저귀와 탐폰 등 위생용품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작년 미국에서는 탐폰 가격이 13% 오른 것을 비롯해 천 기저귀(21%), 면봉(9%), 거즈 붕대(8%) 등의 가격 인상이 연간 물가 상승률(6.5%)을 상회했다.
면화 재배가 계속 지장을 받으면 의류·신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지난해 기후변화로 악화된 홍수, 가뭄, 산불, 허리케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이번 세기 말까지 매년 약 2조 달러의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엘니뇨가 발생한 1982~1983년에는 4조1000억달러(약 5200조원), 1997~1998년엔 5조7000억달러의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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