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 집회·시위를 이유로 불법적으로 설치한 천막이 55동 있는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이 천막 중에는 이날 기준으로 1374일 된 것도 있다.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 주변에만 불법 천막이 15동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불법 천막 철거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는 지켜만 보고 있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자체 중에는 불법 천막 농성자에게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내지 않은 곳도 있다.
<국회·구청 앞, 육교 위까지 점령 - 서울 시내 곳곳에는 집회·시위를 위한 불법 농성 천막이 55동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3년 7개월 넘게 육교 위를 점령하고 있거나 한꺼번에 15동이 집단으로 설치된 곳도 있다.
사진은 위부터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를 차지하고 있는 천막 15동, 노원구청 앞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노총 차량과 천막, 노량진 육교 위를 점거하고 있는 천막 8동.>
서울 시내 최장기 불법 천막은 동작구 노량진역 육교 위에 있다.
천막 8동이 세워져 있는데, ‘노량진 수산시장 비대위’가 노량진 시장 현대화를 반대하며 지난 2019년 9월에 세웠다. 3일 기준으로 1374일째다.
동작구는 2020년부터 3차례 행정 대집행을 실시했지만, 비대위는 철거 이후에도 계속 천막을 설치했다고 한다.
노원구청 앞에는 1336일째 ‘월계인덕대책위’라는 단체가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2명씩 확성기로 노래를 틀고 있고, 도로 위 천막에 상주해왔다.
주민 민원이 빗발쳤지만, 노원구는 과태료 부과나 철거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노원구 관계자는 “자진 철거하는 것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찾고 있는 중”이라며 “경찰에 사전 집회 신고도 했기 때문에 구청에서 적극 철거에 나서긴 어렵다”고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집회·시위 등록을 해뒀지만 경찰은 천막을 집회 용품으로 보지 않아 불법으로 취급한다.
도로에 무언가를 설치하려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천막들은 구청에서 허락받은 적이 없다.
불법 천막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각 구청에 있지만 방관하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불법 천막이 가장 많은 곳은 영등포구 국회 앞이다. 인근에만 불법 천막 15동이 몰려 있다.
특히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천막이 2021년 3월부터 840일째 설치돼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전장연의 불법 컨테이너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사유지에 설치되어 있어 행정 대집행을 통한 강제 철거가 불가능하다”며 “강제 철거를 하려면 소유주가 전장연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룸센터에 입주한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나서서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지난달 29일 “모두의 공간을 특정 단체 때문에 2년 동안 침해받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전장연 천막 철거를 요구했다.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2021년 10월부터 설치한 천막이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행정안전부가 영등포구에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실사단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니 국회 주변 천막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등포구청 측은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는 집회 천막이 총 6동 설치돼 있다.
도시건축도시관 앞에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가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로 작년 1월에 설치했다.
중구청은 작년 1월부터 총 3차례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냈다고 한다.
세종호텔 앞에는 2021년 12월부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천막을 설치했다.
중구청이 지난 3월 한 차례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했지만 또다시 설치했다.
중구 관계자는 “행정 대집행을 하려면 사전 영장이 필요한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를 우선으로 한다”고 했다.
여러 지자체가 책임을 회피하며 불법 집회를 방관했지만, 지난달 15일 10년 만에 불법 천막을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서초구는 양재동 현대차 사옥 앞 인도를 점거하고 있던 천막을 철거하고, 야간 단속반까지 운영하며 다시 천막을 설치하려는 기습 시도까지 막았다.
집시법 전문가인 성중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자체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묵인한다면 앞으로 고질적 알박기 집회가 더 만연할 수 있다”며 “이를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는 단순히 계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불법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법적 대응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변의 알박기 텐트는 치우면서 왜 도심 불법 천막은 놔두느냐”는 말이 나왔다.(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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