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글몰트 위스키 스코틀랜드 아성에 도전장 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싱글몰트 위스키(이하 ‘싱글몰트’)를 이야기할 땐 보통 가장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스코틀랜드산을 떠올린다. 
압도적인 ‘스카치(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의 아성에 미국 싱글몰트가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몰트(맥아) 위스키보다는 옥수수로 만드는 위스키인 버번으로 이름난 미국 정부가 ‘싱글몰트 아메리칸 위스키’의 공식 인증 기준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전했다. 
NYT는 “미 재무부 산하 주류·담배·세금·무역국(TTB)이 미국산 싱글몰트의 규정을 정하고 수개월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TTB가 새 주류를 공표하는 것은 매우 오랜만에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TTB가 이를 발표하면,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지는 ‘아메리칸 싱글몰트’가 공식 탄생하게 된다. 
싱글몰트란 100% 맥아만으로 단일 양조장에서 만든 위스키를 뜻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만드는 미국의 싱글몰트 위스키 '웨스트랜드'. 시애틀 지역에서 나는 보리와 참나무 통을 써서 만든다.>



미국엔 지금도 저마다 방식으로 싱글몰트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200여 곳 있다. 
하지만 법에 정한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싱글몰트로 인정해주는 스코틀랜드와 달리 미국엔 공인된 기준이 없어 체계적 유통이 쉽지 않았다. 
TTB가 마련해 사전에 공개한 기준을 보면 미국산 싱글몰트도 기본 뼈대는 스코틀랜드를 따랐다. 
100% 맥아를 사용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고, 단일 양조장에서 700L를 넘지 않는 참나무통에 숙성시켜야 한다. 한편 스코틀랜드보다 느슨한 부분도 있다. 
스카치 싱글몰트는 3년 이상 숙성을 시켜야 하지만, 미국은 숙성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NYT는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관행적으로 미국에서 버번을 담았던 참나무통을 들여와 숙성을 시키지만,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 양조장들은 새로 제작한 참나무통을 쓰는 등 자유롭게 숙성 통을 선택한다는 점도 차이”라고 전했다.

 

 

<아메리칸 싱글몰트 위스키 '델 바크'. 피트향을 내기 위해 아리조나의 사막 지대에서 사는 식물을 태운 연기를 쓴다>

 

 


‘정통’으로 승부하는 스카치 싱글몰트에 대적하는 미국의 무기는 ‘다양성’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을 따라야 할 부담이 없는 데다, 국토가 넓고 기후와 지형이 다양하다는 장점을 살려 싱글몰트를 재해석하는 양조장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웨스트랜드 양조장은 지역산 참나무를 깎아 직접 제작한 통에 위스키를 숙성하고 맥아를 발효시킬 때 (통상적인 알코올 효모 대신) 맥주 효모를 쓴다. 
웨스트랜드 양조장 맷 호프먼 대표는 NYT에 “500년 동안 똑같은 제조법을 고수하는 산업이 (위스키 말고) 어디 있느냐. 우린 스카치 싱글몰트를 그대로 따라 할 생각이 없으며, 내가 사랑하는 이 지역의 특징을 담겠다”고 했다. 
스카치 싱글몰트의 특징 중 하나인 ‘피트 향’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막이 많은 애리조나주에 있는 ‘위스키 델 백’이라는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 쓰는 이탄(泥炭·peat) 대신 사막 식물인 메스키트를 태워 향을 입힌다. 
이런 위스키 모두 TTB 기준을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공식 ‘싱글몰트’로 인정받게 된다.


미 정부의 인정과 별개로, 위스키 마니아들이 이런 개성 넘치는 위스키를 정통 스카치에 견줄 만한 싱글몰트로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NYT는 “일부 스카치 싱글몰트 마니아 중엔 틀을 벗어난 미국산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위스키 대백과’를 번역한 주영준씨는 “일본산 싱글몰트의 경우 아예 참나무통 숙성이라는 틀까지 벗어나 벚나무통에 숙성하는 등 파격적인 방식을 실험하기도 하는데 점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미국산 싱글몰트 또한 만드는 과정만큼 브랜딩과 마케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230420)


☞싱글몰트 위스키

100% 맥아를 이용해 단일 증류소에서 만드는 위스키를 의미한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드는 싱글몰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러 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블렌디드 위스키의 원재료가 되는 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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