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수년간 원룸과 기숙사에 밀려 사라지는 추세였던 ‘하숙’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일정한 시간에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난방비나 전기료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이다.
본지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관악구·성북구·용산구 등 주요 대학가 하숙집 30곳을 돌아보니, 이 중 21곳이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이맘때보다 “하숙을 구한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연세대·이화여대 등이 인근에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 일대에선 3월 개강을 앞두고 신청자가 밀려 취소하는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며 예약받고 있는 곳도 여럿 있었다.
학생들은 하숙의 가장 큰 강점을 ‘가성비 높은 집밥’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학가에서 하숙은 보통 1인 1실로 이용하고 월세는 40만~55만원 사이다.
여기에 한 달에 10만원가량 추가하면 주 6회 아침과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하숙 주인이 마련한 음식을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데, 물가가 워낙 올라 이 가격이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고려대 인근인 성북구의 한 하숙집은 정원 20명이 꽉 차 있는 상태다.
20년째 이곳 하숙을 운영하는 박모(67)씨는 “학생들이 밖에서 사먹는 밥값이 한끼 1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학교 식당은 가성비가 나쁘다면서 우리 집밥이 좋다고 찾아온다”면서 “배추와 김장 재료를 사서 김치를 담그고, 반찬도 손수 만들기 때문에 하숙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하숙에 머무르는 학생뿐 아니라 외부 학생들이 찾아와 한 끼당 3000~4000원 정도를 내고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성북구에서 하숙하는 대학생 이동근(24)씨는 “하숙집에서 매번 밥을 먹으면 한 끼당 3000원꼴이라 용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며 “메뉴도 돈가스와 치킨너깃, 카레처럼 정성 들인 음식이 매일 다르게 나와 만족스럽다”고 했다.
난방비·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는 추세라는 점도 하숙을 찾는 학생이 늘어난 데 한몫했다.
하숙은 원룸과 달리 한 가정에 딸린 방을 빌려 쓰는 형태라 관리비가 따로 없고 월세에 포함돼 있는 곳이 상당수다.
용산구의 한 하숙집에서 사는 최모(23)씨는 “주인이 난방 온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온도가 나에게 딱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전기장판과 이불도 있고 보일러 가스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했다.(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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