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휴가를 내고 경기 고양시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 직장인 최모(60)씨는 깜짝 놀랐다.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거의 1대1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는 “북한산 정상에서 500m쯤 떨어진 백운산장 옛터에는 외국인 4~5명이 바닥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정상 너른바위 위에는 풍경을 담기 위해 드론을 날리는 외국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백운대에서 시민들이 서울 전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올가을, 서울의 주요 산이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2년 가까이 한국을 찾지 못했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구경을 할 때 꼭 봐야 하는 장소 중 하나로 도심과 가까운 북한산이나 인왕산, 관악산 등을 꼽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도심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주요 산 등산로 입구까지 30~40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거리 두기로 실내 운동이 제한된 코로나 사태 2년간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도 등산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점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관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복궁 같은 고유의 전통문화와 K팝에 이어 ‘K클라이밍’(등산)이 서울의 새로운 매력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주요 산을 오르는 외국인이 많아지자,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9월 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열었다.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된 등산 정보를 제공한다.
등산 전 물품을 보관하거나, 등산 후 샤워도 할 수 있고 예약만 하면 등산복과 등산화 등 장비도 빌려준다.
지난 12일까지 개관 2개월여 만에 외국인 등산객만 1361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서울의 산을 올라본 외국인들은 해외의 경우 높이 200~300m 이상 되는 산이 관광지가 몰린 도심과 가까이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러시아인 안톤 콘드루신(34)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지하철로 30분만 가면 지하철 북한산우이역에 도착한다”며 “등산을 좋아해서 파키스탄, 모리셔스 공화국 등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산 입구까지 자가용이 아니라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접근성이 좋아 매주 등산을 가고 있다”고 했다.
산 중턱이지만 늘 깔끔하게 정비된 시설들도 관광객들이 놀라는 요인이다.
남아공 출신 파라 주마(28)씨는 “남아공에도 산이 있지만, 한국처럼 가파른 구간에 계단이 설치돼 있거나 낭떠러지 구간에 안전 펜스가 있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며 “특히 구간마다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4개월 동안 주말마다 북한산뿐 아니라 도봉산, 인왕산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산과 관련된 각종 관광 프로그램도 생기고 있다.
예컨대 접근성이 좋고 안전 장치가 잘 갖춰진 덕분에 석양을 보며 랜턴을 들고 등반을 하는 ‘야간 등반’도 인기 있는 이색 체험으로 꼽힌다.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코로나 시기 인기였는데, 외국인들도 이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인 회원 수 1만4000명의 액티비티 동호회 ‘클라이밍 인 코리아’는 매주 등산이나 액티비티 모임을 여는데, 특히 인왕산 선셋 클라이밍은 매주 60~7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온 아나이스 카잘라스(29)씨는 “내 고향은 피레네 산맥 바로 옆에 위치해 산과 친숙하지만, 한국의 산은 더 가팔라서 운동하기에 좋다”며 “또 한국의 산을 타다 보면 등산 장비를 잘 갖춘 한국인이 많은데, 그만큼 등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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