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전 직원은 출근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 일해도 되는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확대해 지금은 ‘주 1회 사무실 출근’을 적용 중인데, 이마저도 없애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제주도 국내외 어디든 상관없이 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30분~오후 4시’ 필수 근무 시간만 지키면 된다. 
회사 관계자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몰입해 근무하자는 취지”라며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서울의 전·월세를 빼서 지방의 집을 알아보거나, 제주·강릉·해외에서 한 달 살기 계획을 세우는 직원이 많다”고 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은 지난 5일 근무 장소와 형태, 보상 체계가 모두 유연한 새로운 직군인 ‘티몬 FMD(Flex-MD)’를 신설,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직군은 100% 원격근무가 기본이다. 
전국 각지에서 일하면서 해당 지역 특산품이나 숙소, 맛집 등 상품을 기획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일이다. 
출퇴근, 점심, 휴식 시간 모두 철저히 개인 자율에 맡긴다. 
회사 측은 “새 제도가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기업들의 ‘탈(脫)사무실’ 바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 때 재택근무가 반짝 인기를 얻은 뒤, 다시 원래대로 회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 도입 이유가 초기엔 ‘안전’이었다면, 이젠 ‘인재 유치’ ‘비용 절감’과 같은 더 현실적인 이유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면서 “불황으로 연봉 인상 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이 근무 여건을 앞세워 인재 유치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서울 강남역과 대구에 마련한 총 250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 ‘딜라이트’에는 2개월 동안 3400여 명이 찾았다. 
회사가 조사해보니 독립적 업무 수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SW)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LG CNS는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 51곳의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고, 지난 10월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오피스까지 열었다.

 

 




SK, LG, 포스코그룹도 공유 오피스 업체와 손잡거나 자체 거점 오피스를 속속 만들고 있다. 
덕분에 지하철역 근처나 전화국, 철도 하역장 같은 이색 공간을 리모델링해 젊은 직장인을 유치하는 공유 오피스 사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탈사무실’ 바람에 동참한 기업들은 개발자를 비롯한 인재 유치에 열성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재를 붙잡으려면 ‘거점 오피스’는 복지의 기본이 됐다는 것이다. 
한 IT 기업 임원은 “요새 개발자들은 재택을 할 수 없으면 아예 오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경쟁사가 100% 재택을 도입하면 우리도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재택에다 ‘금요 휴무제’까지 추가로 시행하고, 이런 제도가 경쟁적으로 번져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 불황 속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출근 인원이 줄면, 직원 출퇴근을 고려해 서울 강남 등 도심 노른자위에 마련한 본사의 비싼 임차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메타버스 오피스 ‘메타폴리스’에 100% 입주한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던 본사를 없앴다. 
재계 관계자는 “출근자가 줄다 보니 사내 식당을 과감히 줄이거나 없애고, 기존 사무 공간도 공용 공간이나 카페처럼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눈앞에 보여야 안심이 되는’ 한국식 업무 문화도 바뀌어 가고 있다. 
재택, 거점 오피스 근무가 확산하면 기본적인 근태 관리를 떠나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가 확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신입 사원 교육도 사흘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할 정도로 근무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했다.(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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