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세
맹문재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난 술집에서
싸움이 났다
노동과 분배와 구조조정과 페미니즘을 안주삼아...
말하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개새끼들, 놀고 있네
건너편 탁자에서 돌맹이 같은 욕이 날아온 것이다
갑자기 당한 무안에
그렇게 무례하면 되느냐고 우리는 점잖게 따졌다
니들이 뭘 알아, 좋게 말할 때 집어치워
지렛대로 우리를 더욱 들쑤시는 것이였다
내 옆에 동료가 욱 하고 일어나
급기야 주먹이 오갈 판이었다
나는 싸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다행이 싸움은 그쳤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굽실거린 것일까
너그러웠던 것일까
노동이며 분배를 맛있는 안주로 삼은 것을 부끄러워 한 것일까
나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싸움이 나려는 순간
사십세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詩)읊어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14]겨울 풍경 / 박남준 (0) | 2023.01.04 |
---|---|
[3113]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 나태주 (0) | 2022.12.25 |
[3111]밥 / 김재혁 (0) | 2022.12.10 |
[3110]장작 / 정경화 (1) | 2022.12.03 |
[3109]걸음을 멈추고 / 나희덕 (0) | 2022.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