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 선인장 솟았네


날카로운 삼각 돌기가 온 건물을 뒤덮었다. 
고요는 못 참겠다는 몸부림인가. 시선을 교란시켜 도심의 정적 깨뜨린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공사 중인 주상 복합 건물 ‘캑터스 타워(Kaktus Towers)’. 
최근 완공을 앞두고 사람들이 찍어 올린 이 건물 인증 샷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덴마크어로 ‘선인장 타워’란 뜻. 
이름 그대로 선인장처럼 삐쭉삐쭉 가시가 돋친 형태의 건물 두 동(각각 높이 60m, 80m)으로 구성됐다. 
발코니를 엇갈리게 만들어 개방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불규칙한 삼각형 돌기의 디자인으로 귀결됐다.


설계자는 이 시대 가장 ‘핫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덴마크의 비야케 잉겔스(48). 
건축그룹 ‘BIG’의 수장으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는 천재다. 
한때 만화가를 꿈꿨던 그는 만화적 상상력을 건축에 불어넣는다. 
지난달 완공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 신사옥 ‘베이뷰’(토머스 헤더윅 공동 설계)는 거북 등짝 모양으로 만들었다. 
덴마크 빌룬트의 레고 본사 ‘레고 하우스’는 레고 블록을 뻥튀기한 형태로 설계했다.


비야케 건축의 키워드는 ‘쾌락적 지속 가능성(hedonistic sustainability)’. 
한마디로 친환경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시각적 즐거움이나 발랄한 발상으로 친환경에 덧씌워진 엄숙, 절제 같은 딱딱한 이미지를 벗겠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작품이 코펜하겐의 ‘코펜힐’이다. 
쓰레기를 소각해 에너지를 얻는 친환경 발전소 옥상을 스키장으로 바꿨다.


자신의 실패기까지 낱낱이 밝혀 코믹북 형태로 만든 건축 책 ‘Yes is More’에서 비야케는 스스로 ‘예스맨’이라고 한다. 
고개 조아리는 예스맨이 아니다. 
‘예스’라고 외치며 제약·한계를 유쾌하게 돌파하겠다는 것. 초긍정의 힘이 ‘선인장 타워’에도 엿보인다.(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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